클럽장이 단톡방에 더운 날에는 평양냉면이 생각난다고, 을지면옥이라는 곳에 냉면 먹으러 가자는 번개 공지를 올렸다. 평냉? 티브이에서만 보았지,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었다. 나는 맛집에 그리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이번에는 그냥 패싱 하려고 했다.
7월 1일이 모임 날짜로 잡혔는데, 을지면옥이 폐업한다는 소식이 뉴스에 나왔다. 재개발로 인한 갈등 때문에 개업한 지 37년 만에 문을 닫는다는내용이었다, 화면 속에서는 사람들이 폐업하기 전에 그 장소에서 냉면 맛을 보고자 줄을 서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나자 왠지 냉면을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그런데 을지면옥이 모임 전에 폐업하게 돼서. 필동에 있는 냉면집에 가게 되었는데, 이곳도 유명한 맛집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될 정도라고 한다.
충무로에 도착해서 가게 앞에 가보니, 저녁 시간대였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줄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건물은 좀 허름해 보였지만, 안에도 사람이 꽉 차있었다.
과연, 평양냉면의 맛이 어떤 것이기에 이리도 붐빌까?
평양냉면에 대해 검색해보니, 메밀을 주원료로 하여, 면발이 거칠고 굵어서 잘 끊어지는 것이 특징이며, 동치미 국물에 말아서 먹기 때문에, 흔히 물냉면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한번 제대로 맛을 알면 집집마다 찾아다면서 먹게 된다고 했다. 입에 안 맞는 사람들은 밍밍하다거나 심심하다고도 하고, 심하게 표현하는 경우에는 걸레빤 맛이 난다는 사람도 있었다. (지인들한테 이 말을 했다가 음식에다가 괴이한 소리를 한다는 핀잔을 들었다.)
드디어 냉면이 나왔는데, 내가 알던 것과 비교해볼 때 비주얼에서 뭔가 좀 부족해 보인다. 심지어 얼음도 없다. 과연, 소문대로 맛이 있을까?
외관상으로 봐도 무척이나 밍밍해보인다.
냉면이 나오고 한 젓가락 먹어보았다. 먹는 순간 강렬하게 밍밍한 맛이 혀끝에 전해졌다. 내가 알고 있던 냉면의 맛이 전혀 아니었다. 이름이 냉면인데 심지어 얼음도 없다. 설마 하는 생각에 국물을 원샷 때렸다가 사레들려서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기침이 진정된 후,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맛으로 이걸 먹냐고 물어봤다. (평냉에는 천연재료로 육수를 내기 때문에 MSG가 전혀 없다고 함) 그때 식초랑 겨자를 쳐보라고 해서, 그렇게 먹어보니 좀 괜찮아진 것 같았다. 구비된 물김치와 무절임을 곁들여 먹다 보니, 특유의 맛을 알 것 같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블로그를 잦아보니 평양냉면 먹는 법이 있었다. 일단 냉면이 나오면 국물을 탁하게 하는 계란을 건져놓고, 국물을 그대로 음미한 후, 면을 젓가락으로 풀어주고 메밀에서 우러나오는 맛을 그대로 느껴보는 것이 평냉의 묘미라고 한다. 발사믹 식초에 길들여진 내 입맛에는 뭔가 좀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메밀의 식감과 어우러지는 맛을 느껴보는 것은 나름 특별한 재미가 있었다. 다음에 먹을 기회가 생긴다면, 평냉 특유의 건강한 맛을 담뿍 머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