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웰브져니의 2월은 바쁘다. 법인 등기를 4년전인 2019년 1월 31일로 하였기에 2월에는 뭔가를 갱신하는 등 행정적인 업무들을 처리하다 보면, 한 번쯤 법인 설립 이후를 돌아보게 된다.
법인 등기부등본을 뗐다. 이사 많이 다닐 때 주민등록등본에 이전 주소지가 빼곡히 쌓여가듯이 법인 등기부등본에도 빨간 줄이 쳐진 이전 주소지들이 보였다. 벌써 4년. 네 번째 주소지를 보며 이번에는 이곳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회사 경영을 4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있다면, 앞 날은 알 수 없다는 것. 절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뭐.
아무튼, 창립 기념으로 주소지에 따른 4년을 회고해 보기로.
1. 첫 번째 주소지
: 2019년, 1월 31일. <서른> (개봉작명 <연애빠진로맨스>) 의 기획개발 투자가 CJ로부터 결정되면서 급하게 법인을 만들었다. 당연히 사무실은 없었고, 첫번째 주소지는 주소지만 두는 곳으로 싸게 알아봤던 곳. 당시의 사무실은 집이었는데 (영화 <연애빠진로맨스>의 기획개발 투자 계약과 영화 <롱디>의 투심 준비를 모두 집에서 함) 우리 집에 내 책상도 없어서 식탁에서 서류 준비하고, 집에 프린터기가 없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장당 몇십원씩 주고 인쇄했던 기억. 당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읽으면서 내적 눈물 흘렸음.
2019년 11월. 코로나 19 발생. 슬슬 불안을 감지하기 시작. 영화 <롱디> 투자 뛰어다니면서 한 편 다시 취직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누가 슬쩍 제안하면 무척 솔깃했음. <연빠로> 캐스팅 때가 불안의 최고조. 그러나 기적같은 캐스팅이 성사되면서 CJ 투심 통과. 비슷한 시기에 <롱디> 투자도 결정됨. 코로나 시기에 영화 두 편이 투자 받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됨. <연빠로>가 급하게 진행되면서 다른 영화사 사무실을 빌려 쓰게 됨. 주소지만 둔 사무실은 계속 유지.
2. 두 번째 주소지(사무실)
: 2021년 3월 2일 <연빠로>가 끝나고, 영화 <롱디>가 들어가면서 감독님 사무실 근처로 30평대 새로운 단독 사무실을 얻음. 프로덕션 사무실로 쓸 것이라 제작 기간을 고려하여 6개월로 계약. 근데, 짧게 쓸 거라 냉난방 시설 없이 들어갔더니 여름에 정말 너무 더웠다. 계약 만료일 한 달여쯤 남기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임시 방편으로 창문형 에어컨 샀던 기억.
3. 세 번째 주소지(사무실)
: 2021년 9월 2일 두 번째 사무실 계약기간 종료 후 입주. 1년 계약. 영화 <롱디> 이후 프로덕션이 들어가는 작품은 없었지만 영화 두 편을 하니, 정산 서류들도 많고 하여 작은 규모라도 사무실이 필요하게 됨. 브랜드 공유 오피스도 많이 알아봤는데, 비싸기만 하고 그런 곳의 장점인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터같은 응접실이 나는 싫었음 ;;; 우연히 두 번째 사무실을 보러 온 젊은 공인중개사가 소개해 준 공유 오피스 시스템을 갖춘 일반 사무실을 소개해주었는데, 통창에 적당한 크기(10평)가 맘에 들었음. 이 곳에서 2021년 11월 <연빠로>의 개봉과 <롱디>의 후반 작업 진행. 이곳에 있었던 2022년 상반기까지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비록 <연빠로>는 아쉽게 흥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평가가 좋았음. (5월에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도 받음. 이 때가 트웰브져니의 화양연화였음.) 콘텐츠 제작사가 각광 받기 시작한 터라 몇 군데에서 회사 지분 인수 제안이 들어옴. 그중 한 곳과 MOU와 회계 감사까지 진행한 터. 마침 준비하고 있던 다음 작품 캐스팅에 탑 배우가 관심을 보였음. 그리고... <범죄도시2>가 터짐! 영화 투자사들 몇 군데에서 시나리오 달라고 찾아옴. 이제부터 영화 시장 다시 살아날 것 같다고. 엔데믹 얘기 나옴. 그리고 영화 <롱디> 개봉 얘기가 나오고, 영화진흥위에서 하는 인력지원 사업 덕분에 개봉에 필요한 인력들을 지원 받아 채용할 수 있게 됨.
4. 네 번째 주소지(사무실)
: 2022년 6월 28일 변경 등기. 회사에 돈 들어올 예정, 개봉 준비 때문에 인력을 채용한 상황, 다음 작품 곧 들어갈 기세. 이 기운으로 제대로 사무실을 차려보겠다는 결심을 함. 마음에 드는 장소, 마음에 드는 매물 계약하고 중고 사무실 가구점 휴일까지 돌아다니며 발품 팔아 처음으로 가구 대여가 아닌 가구 구매. 계약도 처음으로 2년 계약. "나는 무적"이었음.
그러나...."아니 잠깐만"... 삼재 따윈 믿고 싶지 않은데, 이후 상황 보면 삼재가 맞았나 싶다. 2022년 6월 이후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지분 인수 건이 한 달, 두 달 미루어지더니 무산되는 분위기. 캐스팅 건 최종 무산. 2022년 기대가 컸던 여름 영화 시장이 말도 안되게 무너지더니(<외계인>, <비상선언>), 투자사들과 얘기되던 프로젝트들도 모두 최종 불발, 영화 <롱디> 개봉도 2023년으로 연기됨.
2023년 현재.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영화 <롱디>가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기에 아직 사무실은 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손을 벌벌 떨면서 월세를 내고 있지만요...) 어째 영화 시장은 갈수록 안좋아지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만, 트웰브져니는 탄탄한 스토리 창작에 기반을 둔 콘텐츠 제작사로써, 또 기가막힌 기획의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코로나 시기와 창업 시기가 맞물린 영화 제작사는 그렇게 또 콘텐츠 제작사로써의 생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왠지 뭐든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신사동 가로수길 한복판 신사역 3분 거리 최고의 입지에 화이트 인테리어의 깔끔한 사무실은 현재 그리하여 유지되고 있습니다! (혹시, 같이 쓰실 분이나 촬영 장소 필요한 분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
세상의 모든 자영업자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