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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웰브져니 Jun 27. 2020

망한 회사 다닌 썰

실패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되면 너한테 문제가 있는  아니니?"

 친한 선배 언니가 내가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대뜸 던진 얘기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번째 망한 회사였다. 그래도  번째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번째에는 망조가 들었을 , 느낌이 강하게 왔다.  번째 망한 회사에서의 가장 괴로웠던 기억은 갑자기 실직자가  동료들을 지켜보는 것이었기에 나는  손으로 꾸린 한국 영화 사업부를 자진해서 폭파시켰다. 나는 사업부 직원들(직원이야 봤자  명이었지만) 재빨리 다른 회사다른 조직으로   있게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한국 영화 사업부를 폭파시킨  1년도 되지 않아 결국 중소 영화 투자사였던  마지막 회사는 직원들 월급주지 못하고, 월세내지 못하고, 채무에 시달리다 폐업 신고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자의 , 타의  이전 회사에서 진행하던 한국 영화 사업을 양도받아 창업을 하게 되었다.


 규모 있는 기업의 스카우트 제안을 뿌리치고 작은 회사의 한국 영화 사업부 책임직으로 이직에 대해 "포부도 컸고 열정도 넘쳤다"라고 쓰고 싶은데, 사실 포부와 열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안은 직급이나 업무 분야, 연봉에서  맞는 오퍼가 없었다. 회사 생활이라는  언젠가는 끝이 나기에 독립을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에 작은 회사지만,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경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이직이었다. 당시 스타트업 등 작은 회사의 성공 신화에 매료되었던 것도 있었다. 대기업일수록 내가 맡은 업무 분야는 전문화되고, 좁아진다. 내가 일적으로 효능감을 발휘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어질수록 회사의 단점이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작은 회사에서  회사에서   없는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졌었달까? 그렇게 나는 작은 회사에서 작은 회사에서   있는 작은 시도를 했고, 결과적으로  실험은 실패했다.

 '천만 영화만 노리는 한국 영화 업계가 산업적으로 건강한 걸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나의 시도는, 한탕 주의가 아니라 잃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전략이 영화 산업에서 불가능한 걸까에 대한 실험이었다. 작은 영화 투자사에서   있는 정도의 적은 제작비의 영화에 투자하며 적게 벌더라도, 잃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전략이었다. 그리고 나의 전략을 자극했던 것은 유튜브의 등장이었다. 다양한 개인이 주도하는 다양한 창작물이 나오는 시대.  콘텐츠에 쏠리는 블럭버스터 현상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점차 사라질 '이라는 가정 하에 작은 회사의 작은 성공들을 쌓고 싶었는데,  시도는 실패였다. 물론, 회사가 망하는 것에는 '전략의 실패'만이 원인은 아니다. 대표의 경영 능력, 시장 상황의 변화와 같은 외적 요인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에 실상은 망하지 않는 회사가  신기할 정도이고 나의 이전 회사 또한 '전략의 실패'로만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먼지가 수북이 쌓인, 2014년도 즈음에 사놓았던 책인 <블록버스터 법칙> 우연히 들춰보게 되면서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책의 부제는 '슈퍼스타 탄생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공 비결'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공 비결이야말로, '블록버스터' 전략이라는 것이  책의 요지였다.

    5장의 타이틀은 '디지털 기술이 블록버스터의 지배를 끝낼 것인가?'인데,  챕터의 말미에 명확한 답을 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디지털 기술의 진보가 '민주화' 효과를 높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정반대의 효과를 나타냈다. 기술의 진보는 기업 편중과 승자 독식을 일으키는 원동력이다. 미디어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배급하고 소비하는 것을 쉽고 싸게 만듦으로써, 새로운 기술은 점점   세계 소비자들이 인기 높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화, , 오페라 공연에 접근하게 해 준다. 급속히 진화하는 이런 시장에서, 블록버스터와 슈퍼스타들은 더욱 타당성을 얻고 있다. 그래서 블록버스터 전략은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블록버스터 법칙이란 일반적인 산업계에서 통용되는, ‘전체  20% 고객이 수익의 80% 가져간다’는 것보다  극단적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전체  0.001% 수익 15%, 0.018% 수익 40% 가져갔다.  책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비용을 줄이면서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은 항상 실패로 돌아갔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경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가설 또한 보기 좋게 무너졌다. 디지털 기술은 오히려  경향을  강화시킨 것이다.

 망한 회사   다닌 경험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  회사는 크기 때문에 잘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되새겨 주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와 같은 패기를 부릴  있을 것일까? 솔직히 실패의 경험은 아픈지라 과거의 선택에 후회도 된다. 그러나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결국 홀로서기를 했을  같다는 확신은 든다.  회사가 가진 단점을 보완할  있다는 전략이 있다, 내가 해낼  있다는 예전 같은 오만한 자신감이 아니라, 그저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나를 결국 홀로 서게 들었을 것이다.

 실패의 경험은 내게 나만의 답을 찾게 해 주었다. 내가 하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실패한다 하더라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해나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 ‘그래서, 실패하면 어쩔 건데?’ 실패의 경험 덕분에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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