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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웰브져니 Jun 02. 2020

재택근무와 내향형의 발견

코로나 시대의 사업

 2018년도 8월, 다니던 회사에서 월급이 끊겼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내가 총괄했던 한국 영화 사업을 정리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계속 한국 영화 제작 사업을 준비해 왔던 터라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 내 사업을 본격화하게 되었다.


 진행하던 몇 가지 프로젝트가 연관이 되어있어 다녔던 회사에서 사무실 내 방을 그대로 쓰게 해준 덕인지, 얼마간은 그닥 변화가 없게 느껴졌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출근 횟수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고, 2019년 초 내 사무실이 있던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서, 나는 완전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오기 1년 전부터 재택근무를 경험한 셈이다.


재택은 외로움을 견디는 과정이다
너는 회사 뒷담화하는 재미로 다니는 사람이잖아

 고백컨데, 나는 출근 후 동료들과의 아침 커피 타임을 사랑했다. 전날 외부 파트너들과 가진 회식에서의 참상을 자리에 동석하지 못한 동료들에게 고하고, 윗사람들의 우스꽝스러움을 간식 삼아 씹어대던 그 시간을 말이다. 목적없는 대화를  참지 못하는 엔지니어 남편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나의 모습이었다. 16년간 그 짓을 했으니, 뒷담화 금단 현상이있었던 것인지 재택근무가 한동안 참 외롭게 느껴졌다.


재택은 효율적이다

 출퇴근 시간과 출근에 소요되는 준비 시간, 그에 따라 소진되는 에너지는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재택 근무로 인해 절감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재택은 사람과 사람이 물리적으로 부딪치면서 소요되는, 명문화할 수 없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 반응들을 캐치하고 대응하고 공유하고 뒤로든 앞으로든 이용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가 절약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회사 생활에서 가장 흥미로워 했던 일들 말이다) 재택근무는 사람이 아니라, 오롯이 일에 집중하게 하고 모든 일은 명문화되어 공유 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 교류에 따른 에너지를 절감시키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함은 사실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일을 위한 관계에서 일보다 친밀함이나 관계를 앞세우는 것이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점일 것이다.


재택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재택 근무를 하며, 확실히 나는 나를 돌아볼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외향형 사람이라고 확신했는데, 재택 근무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나, 외로움에 익숙해질 즈음 놀랍게도 아주 오랜동안 ENTP 였던 나의 MBTI 성향이 INTP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외로움에 익숙해지면서 나와 나의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일은 일로, 친밀함을 위한 관계는 가족이나 취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분리시킴으로써 내 일상에서의 ‘뉴노멀’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를 지켜보는 눈도 없고 상벌도 없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먹고 마시고 잤으며 작은 시간들을 어떻게 쪼개 썼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에 우리에게 주어질 권위와 능력이 결정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우의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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