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건가? 하고 의문이 들때가 있다.
인생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만이 명확하게 내릴 수 있다.
내 앞의 길이 안개가 껴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때가 있다.
새벽에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지역마다 안개 주의 표지판이 있고, 자동차 비상등을 키고 천천히 운전을 해야 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천천히 이 도로에서 선을 지키며 집중해서 지나가야 한다.
빨리 지나갈 수 없다.
내 차선이 아닌 다른 차선을 침범하지 않도록 다른 차 혹은 중앙분리대와 충돌하지 않도록 천천히 지나가야 한다. 빨리 이 구간을 지나고 싶겠지만, 그럴 수 없다.
천천히 앞으로 가다보면 안개가 없는 화창한 하늘을 보게 된다.
우리의 길은 안개만 낀 구간은 없다. 짧은 구간이지만, 우리가 느끼기엔 천천히 가기에 멀고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구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안개낀 구간을 지나야 내가 가는 길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검색하고 간다고 해도 안개가 없는 지역을 알려주지 않는다.
가고자 하는 길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의 삶에서 안개주의 표지판이 생길 수 있다. 모든 길이 안개주의 표지판이 생기는게 아니다.
네비게이션에서 알려주는 길인데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조심히 지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당연하게도 우리 삶에서 네비게이션의 음성이 들리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왼쪽으로 좌회전하세요.
전방에 과속방지카메라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답을 아는 것처럼 그 길을 가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길치라서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도 잘못 들어설 때가 있다. 십분정도 돌아가는 건 그냥 일상의 한 과정이다. 그런데도 목적지에는 도착한다. 다만 조금 느리게 도착할 뿐이다.
지금 안개낀 구간을 지나고 있다면, 힘이 든다. 집중하고 있어 예민한 상태이고, 사고가 나지 않게 주의하는 상태이다. 그 길을 지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앟다.
감히 말하지만 비교적 짧은 구간이고,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구간이 더 많다.
힘든 구간을 지나 멋진 풍경을 보게 되면 더 감동받고 행복해진다.
몇 번 그 구간을 지나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음번에도 곧 괜찮아질거라는 확신이 든다.
곧 구름이 걷히고, 안개도 걷히고 아름다운 풍경을 맞이하게 될거라는
어떤 날은 태풍이 북상할 때 나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태풍과 같이 올라간 적이 있다.
비가 자동차 뺨을 후려치는 듯한 날씨였다.
왜 오늘일까.. 나는 왜 오늘 굳이 이 날에 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지만, 가야하는 사정이 있었기에 우는 소리를 하며 갔다.
비상등을 켜고 50km로 갔다. 내 주변 차량들도 다 똑같은 상황이었다.
다시는 태풍에 운전을 하지 않겠지만, 3시간 거리가 4시간 30분이 걸렸다.
삶에서 이런 큰 일을 만나기도 한다. 나무가 뿌리째 뽑힐 정도로 바람도 불고 차도 흔들린다.
피해가 막심했다. 다시 복구하는데 몇 날 며칠 심지어 몇달에서 1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일이 1년 365일 벌어지는게 아니다.
태풍이 지나가면 지나간 자리가 쑥대밭이 되고 많은 것들에 상처를 준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너무 억울하기도 하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그런 큰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서 손에 꼭 쥐고 못 놓고 있었다.
이미 지나버린 일 손에서 놓아버리고 편하게 있으면 좋을걸
그걸 놓는게 너무 힘들었다.
머리로는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는데 계속 기억나서 붙잡고 있었다.
하루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와서 멍하니 있는데 또 생각이 났다.
사실 잠을 많이 못잤었다. 잠이 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일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다가도 퇴근하고 차에 타는 순간부터 집에 도착하기까지 계속 울고 있었다.
1년을 그렇게 했다.
이제 놓아주자.. 잊어버리자.. 조금 더 편하게 자도 돼.. 하고 나한테 말을 하고 잤다.
천천히 꼭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내 마음도 준비가 필요했다.
놓는게 너무 안돼서 심리치료를 받으러 가고 정신과 상담도 갔다.
나는 거의 패닉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과 상담을 가면 가슴이 일단 쿵쾅된다. 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정말 나에게 이상이 있으면 어떻하지 하고 긴장된다.
처음 기초 진료를 보기 위해 설문지를 주시는데 질문이 500개이다.
구몬 학습지처럼 풀다풀다 지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체크했다. 학생때도 빨간펜 학습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중얼거리면서 체크했다. 그렇게 체크하고 병원에 제출하고 다시 쿵쾅된다.
그런데 진단명이 없고, 지금은 괜찮다고 한다. 상담이나 약이 필요없는 상태라고 했다.
괜찮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 병원을 나오면서 울었다.
알아서 이겨내야 한다는 거다. 나는 힘들어서 간 거였는데
지금 내 정신상태에서 더 나빠지면 그때 다시 오라고 했다.
다시 울면서 밥먹으러 갔다. 비싼 밥을 먹었다. 이제 정신줄 붙잡고 이겨내야 할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일이다. 그렇게까지 걱정하던 내 정신건강과 마음이 괜찮다는 전문가의 진단이었기에
잊어버리라고 사람들이 말한다.
나도 그렇게 잊어버리고 싶은데 잘 안됐었다.
그래서 손에서 놓고 다른 일을 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제 떠나 보내줄 때가 된 것이다.
나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기에 천천히 떠나보내주었다.
언젠가는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한다.
길 상태가 안 좋을 수도 있고, 날씨가 안 좋을 수도 있다.
내 상태가 안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좋은 날들이 더 많다. 살다보면 그걸 느끼게 된다.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장거리 운전을 하면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루하다. 시간도 돈도 많이 든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이런 생각을 계속 한다.
도착하고 나면 안도감이 든다.
가고 싶은 목적지가 있다면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우리 길에 아주 사소한 목적지라도 도착할 때마다 성취감과 만족감이 생길것이고,
다음 목적지를 정하고 다시 길을 나설 힘이 생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