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다양하고도 다른 색깔들

by uyen

살면서 특이한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나 또한 특이한 사람이지만, 나랑 결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세상이 정말 좁다. 사람의 인맥이란 게 어디서 이어질지 모른다.

친구의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그 지역에 같이 살았던 사람을 만나기도 하며, 어디서 누구로부터 도움을 주고 받을지 모른다. 인연 하나하나가 소중해질 때가 온다.


내가 죽으면 누가 내 장례식장에 올까 하고 갑자기 상상해본 적이 있다. 친구가 얼마 없어서 아무도 안 오는거 아니야? 하고 생각하다가 슬퍼할 사람이 없을 때 죽는게 나을까? 하고 고민에 고민을 했다. 세상 쓸데없는 고민이다. 그때 한없이 진지하고 사소한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한테 잘해야 하고, 장례식 비용은 마련해놓는 거다.


내가 여행 간 이야기들을 조금 했었다. 나는 여행가서 일정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창밖을 보면서 멍때리는 시간도 좋아한다. 왜 여행까지 가서 멍을 때리냐고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시간별로 요일별로 해야 하는 일들이 다르다. 내가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여행까지 가서 여유를 가지고 멍을 때리는 거다. 한국과는 다른 풍경과 사람들의 행동, 날씨, 먹거리 등등 관찰할 것이 아주 많다.


여유를 가지고 관찰하면 몰랐던 감정이나 느낌들을 느낄 수 있다. 꼭 신나고 재밌는 걸 보고 대단한 걸 봐서 좋은 게 아니라 일상적이고 평범한데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는게 좋은 거였다. 캄보디아 홈스테이 숙소에서 기르던 개가 있었다. 아침에 숙소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그러고는 집 대문 앞에 가서 다시 꼬리를 흔든다. 문을 열어달라는 거다. 문을 열어 주면 동네를 돌아다니며 하루종일 알아서 산책을 하고 저녁에 우리도 놀고 들어갈 때쯤 대문 앞에 서 있다. 이제 집에 들어가야 하니 문을 열어달라는 거다.


내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여유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외국에서 여행하면서 많은 일들을 하고 뭔가를 하고 있지만, 숨 돌릴 여유가 있다는 거다. 그 곳에 살고 있으면 또 다를지 모른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개가 한번씩 떠올랐다. 가까이 다가와서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진 않지만, 근처에서 항상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앉아있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서 으르렁 거리거나 예민해있지 않았다. 주인도 여유가 있었고, 강아지도 그 영향을 받아 여유가 있어 보였다.


삶의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건 이렇게 사는 삶에 지쳤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조금 휴식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 여행이란 일탈의 개념이었다. 잠시마나 내가 가진 무게나 생각들을 한국에 놓고 가서 걱정없이 놀다가는 작은 일탈이다. 다른 문화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보다 넓은 시야로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했다.


베트남을 1박 2일로 갔다 오는게 돈낭비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일정이다. 비행기 편도 5시간이다. 왕복 10시간이다. 일상에 너무 지쳐서 뭔가 다른걸 생각하고 내가 잠시는 떠나 있을 곳이 필요해서 일하다가 갑자기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 3개월 후에 배낭 하나 매고 갔다. 갔다 오고 나서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피곤해야 했는데 즐거웠다. 그 5시간동안 비행기에서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휴대폰도 만지지 않고 생각도 많이 했다.


다시 말하자면 이런 느낌일 수 있다. 여유를 가지고 싶어서 여행을 갔다는 것..

우리는 바쁘게 살아간다.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중이다. 내가 가진 여유가 조금밖에 없어서 여유를 가진 사람에게 배우려고 여행을 가는 거다. 나는 조금도 심심한 걸 못 참고 잠시라도 가만히 있기 보다는 책을 읽고 공부하고 뭔가를 배우고 찾아보는 성격이라 가만히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뭔가 불안한 성격이다. 그래서 여유를 배우고 싶었다.


1박 2일 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이렇게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이 여유가 소중한 것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맛있었기에 또 그 시간을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유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또 여유를 맛보러 여행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땐 더 좋은 색깔을 고르고 골라 잘 그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지 않는다.

내가 후회하는 것들 몇가지를 시간을 되돌려서 잘하는게 아니라 지금 잘하자는 생각이다.

내가 사용하는 이 시간을 지금 값지게 잘 살아가고 싶다.

스무살 초반에는 하루에 5-6시간만 자고 공부하고 놀고 최선을 다했다. 놓치지 않고 다 하고 싶었다. 내일의 내가 가진 체력을 빌려 썼다. 지금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체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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