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나는 다른 사람의 방에는 들어가보지 못했다(2)

by uyen

부모님은 우리가 커 가는 모습이 그렇게 뿌듯하고 보람되고 벅찬 감정들을 느꼈기에 아깝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 지금 내 나이의 부모님을 만난다면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울고 있을 것 같다.

우리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당신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두 명 낳게 되는데 두 번째 아이가 저에요. 자녀를 키우면서 많은 일들이 있게 될 거에요.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많을거에요. 저도 속을 많이 썩일거구요. 사는게 바빠서 가족 사진도 얼마 찍지 못하고 자녀가 다 크기 전까지는 가족들이 다 같이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다시 시간이 흘러 우리가 다시 만날때까지 그리고 제가 당신의 아이로 태어나서 다시 만나도 괜찮다면 그렇게 해주세요. 다시 만나요. 당신들이 내 부모님이어서 참 고맙습니다. 제 부모님이셔서 제가 잘 자랄 수 있었어요."


짱구 극장판을 보면서 그렇게 많이 울었다. 20세기 박물관에서 어른들은 어린아이로 돌아가 향수를 느낀다. 부모님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자란 세대와 지금 자라는 세대가 겪지 못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놀았던 놀이는 다르다. 추억에 잠기시면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향수가 느껴진다고 했다. 학교 마치고 나물 뜯으러 다녔던 이야기, 밭에서 풀을 베고 소 먹이 주러 다녔던 이야기, 지금과는 다른 옛날 교복 이야기, 물고기 잡으러 다녔던 이야기, 라면 가격이 10원이었던 시절 등 신기한 이야기 투성이다.


아빠의 버릇이 있다. 아빠가 주무시는 것 같아서 리모컨을 들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아빠 안잔다. 딴데 돌리지 마라."

"아빠 자고 있잖아요."

"안 잔다. 듣고 있다."

우리 아빠는 멀티플레이가 되는 사람이다.


삼시세끼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유해진 배우님이 6자짜리 참돔을 잡으셨다.

"아빠 나도 6자 참돔 잡아줘."

"사 먹으면 되지."

내 동심은 파괴되었다.

"아빠 나중에 바다 앞에 집 지어놓고 살거라며, 그때는 이 프로그램처럼 낚시해서 자급자족할 거 아니야?"

"아침에 바닷가에 나가면 물고기 잡고 들어오는 배 있다. 거기 가서 돈 주고 사 먹으면 된다."

아빠의 고향은 바다였고, 낚시는 취미이시다.


어른이 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손, 그리고 많은 변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내 손을 보면서 보들보들하네 하시는데 당신의 손은 주름지고 일을 많이 하셔서 굳은 살도 많이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서 일하시며 생긴 노고의 흔적이었다.


평생 품 안에 있을 것 같던 어린 자식이 어느새 자라서 결혼을 할 때 부모님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을 느낀다. 첫째가 결혼하는 날이었다. 아빠의 손에서 떠나 신랑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딸의 모습을 뒤에서 보던 아빠는 눈물을 삼키셨다. 태어날 때부터 생생하게 기억나는 첫째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차마 웃지 못하시고 땅과 하늘을 번갈아보시면서 눈물을 참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무뚝뚝하고 표현이 없으신 아빠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결혼식 하기 전에 부모님 컨디션을 체크해보니 두분 다 긴장하셔서 잠도 잘 못 주무셨다고 한다. 잠을 잘 잔 사람이 우리 가족 중에 나 하나였다. 두분 다 청심환을 먹으셨다. 결혼식 준비를 하러 메이크업 샵에 가면서 부모님은 결혼식에 와준 하객들에게 말할 인사말을 준비하고 연습하셨다. 아무래도 어색하신 모양이었다. 부모님은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많이 다녀오셨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니 다른 느낌이신가 보다. 자녀가 어느덧 자라서 이제 당신들의 손을 떠나 보내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결혼하면서 울지 말자고 약속했다.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식으로 만들고 싶은 신랑 신부의 결심이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눈물을 꾹꾹 참았다. 결혼식 사진에는 다 웃고 있는 사진 밖에 없다.


부모님의 마음속에는 자녀들이 정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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