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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가 너무 좋아서 생긴 일

매력에 관한 고찰

by 황태


나는 우리 시누이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금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5년 정도 연애했었는데 4년 동안 남편은 시누랑 같이 서울에서 살았다. 처음 시누를 소개해준다고 같이 저녁을 먹은 날 정말 깜짝 놀랐다. 내 얼마 안 되는 21년의 인생 속에서 그렇게 예쁜 사람은 처음이었다. 몸매도 여리여리했고 지나가는 길에는 좋은 잔향도 나는 것만 같았다. 그때의 첫 만남은 꽤나 충격적이어서 나는 그 시간 이후로 시누의 팬이 되어버렸다.


남편이 아닌 시누가 먹을 반찬이나 과일을 준비해 냉장고에 넣어 놓았고, 친구 없는 서울로 상경해 심심해하는 시누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어울려 놀았다. 사실 내 성격상 남에게 먼저 놀자고 말하는 편도 아니고 잘 어울려 대화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너무 어색했지만 그럼에도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신났다. 어색해하는 시누를 위해 항상 남편과 함께 셋이서 이곳저곳을 놀러 갔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다. 그 시기 내 주말 데이트의 3-4할은 시누와 함께했던 것 같다.


그러다 시누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전으로 돌아가고 난 뒤 1년 정도 연락을 못하고 지냈지만 시누 취업을 도와주겠다는 핑계로 다시 연락을 했다. 시누의 자소서를 써주고 취업준비를 도와줬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시누는 우리 회사와 거래처인 법무법인에 입사하게 되었고 나는 시누의 사수들이 내 얼굴을 알 정도로 뻔질나게 시누에게 찾아갔다. 점심도 자주 먹었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덕에 업무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시누가 법무법인을 퇴사하게 된 날에는 시누의 사수 2명에게 스타벅스 카드를 건넬 정도로 극성맞은 새언니였다. 퇴사 후 리프레시를 시켜주겠다며 친동생과 시누를 데리고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법무법인을 그만두고 쉬는 시누에게 회계 자격증을 따는 것은 어떤지 제안했다.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해서 어학원과 법무법인에서 일한 경력으로는 일반 회사에 취업하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공이 아니기도 하고 시누의 성격상 혼자서 자격증을 따기는 힘들어할 것 같아서 함께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했다. 매일 일정 분량의 강의를 화면 녹음해서 시누에게 보냈다. 그때 당시 나는 7시에 집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싼 뒤 8시에 운동을 하고 씻으면 오후 10시 반이었고 항상 12시나 1시쯤 까지 강의를 찍어 보내고 잠드는 일상을 이어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초인적인 힘은 시누를 향한 팬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결국 시누는 자격증 2종을 취득했고 회계팀에 취업하게 됐다. 이후 작은 회사들을 전전한 탓에 여러 번 이직을 했는데 그때 동안 항상 자소서 작성을 도와줬었다. 그런 시누는 직장 이외에도 결혼이라는 고민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친구가 직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고민들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를 하면서 시누와 나는 둘도 없는 친구와 같은 사이가 됐다. 나이는 나보다 3살 많지만.


그러던 시누가 사귀던 남자친구가 직장을 구하면서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내일이면 인사를 하러 오는 시누의 남자친구를 보러 대전으로 내려간다. 참 유난이지만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긴장이 되기도 하고 떨린다.

그래서 시누에 대해 글을 써보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다. 내 절대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의 마음은 어떻게 발현된 것일까. 솔직히 결혼 전에 남자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메리지 블루가 왔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이어나갔다. 물론 남편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 결혼했지만, 시누와 가족이 되고 싶다는 팬심도 한몫했다.


그때 내 마음은 사춘기 소녀의 짝사랑과도 같은 마음이자, 롤모델을 동경하는 선망의 마음과도 같아서 20살- 21살의 내 일기장에는 시누의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다. 명품의 명자도 모른 채 엄마가 만들어준 가죽가방을 내리 들고 출근하던 내가 시누가 들고 다니는 명품 지갑을 보고 명품을 알아보게 되었고, 시누의 옷차림을 따라 하면서 촌티를 많이 벗었다. 아직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지 못한 나에게 너무나 닮고 싶고 선망하게 된 존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그 순수한 동경의 마음이 사뭇 그리워지기도 한다. 다신 없을 열정이다.


도대체 나는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마 이게 바로 매력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하게도 시누는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사는 걸 본적이 한 번도 없다. 다들 시누를 챙기려고 안달이라고 해야 할까. 질투의 시선도 분명히 존재할 법 한데 그랬던 적이 없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그 매력은 무엇일까.


그때 시누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시누가 최근에 퇴사한 회사에는 여자 직원들을 괴롭혀서 퇴사하게 만드는 여자 부장이 있었는데, 그 부장마저 시누한테는 대놓고 텃세를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서 이야기했었다.

"그래도 언니. 그 여자부장도 언니한테는 텃세 안 부리고 잘 대해 줬네?

사람들이 뭔가 항상 언니를 좋아하고 잘 챙겨주는 것 같아."

"나는 회사 들어가면 여자 상사분들을 막 유혹하거든."





우스갯소리로 한 대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게 어떤 울림이 온다. 내가 다른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나의 장점이나 매력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망설임 없이 자신 있게 매력을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혹이라는 것은 착한 척하거나 남에게 맞춰 잘 대해주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창 시절 내내 친구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나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착했던 나는 더더욱 그 사실을 잘 알았다. 나는 학창 시절 동안 한 명의 친구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친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닐 테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 나는 나 자신의 본모습대로 진실되게 행동하고 있는가.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각 사람에 맞춰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매력이 없고 자신이 없는 사람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여러 개의 가면을 쓴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의 본모습이 나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항상 연기를 했으니까.


나는 시누의 외모에 분명 끌렸을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시누의 팬이 된 건 아닐 테다. 시누 본연의 매력에 끌렸기 때문에 친구를 넘어선 가족이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의 장점이자 매력에 대해서. 솔직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거짓된 모습 말고. 진심을 다해 보기로 했다.


학창시절과 다르게 이제는 주위를 돌아보면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이유 없이 좋아한다. 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가면을 벗어던지는 것이 매력을 찾아내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진심을 다해야 나의 매력은 발견된다. 그리고 발견된 진정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두 번째 걸음이 될 것이다. 마지막 걸음은 나의 매력과 장점을 가지고 자신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 순간 나라는 인간은 나의 본모습으로서 빛날 것이다. 매력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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