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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분이 나의 나이가 된다면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체력.

by 황태

최근에 회사 일이 너무 바빴다. 바쁜 와중에 순조롭게 풀리는 일이 한 가지도 없었다. 일이 작정하고 나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면서 쉴 새 없이 수습과 처리를 반복하다 보니 그동안 길러왔던 나의 체력이 무너진 기분이 들었다.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체력이다.


체력이 고갈되고 나자 부정적인 생각들이 몰려왔다. 회사 일도 이렇게 바쁜데 과연 내가 글을 계속 써나갈 수 있는지, 학교는 열심히 다닐 힘이 남아 있는지, 나이가 벌써 27살인데 도대체 뭘 시작하겠다는 것인지. 삶의 체력 고갈은 단시간에 사람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지하철을 타다가 공익광고를 보게 됐다. 요즘 실제나이는 x0.8세라는 것. 내 나이는 27살이니까 나는 지금 22살인 셈이다. 갑자기 삶이 나에게 와닿아지는 느낌이 달라졌다. 패배감에 절어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내 나이가 말 그대로 깡패인데 말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가 떠올랐다. 외적인 모습이 변하는 저주 마법에 걸린 소피는 90세 할머니가 되어버리는데, 소피의 마음에 따라 소녀에서 아주머니, 할머니 등 언제든지 외면이 변화한다.


'인간은 기분에 따라 같은 사람이 90살 할머니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50대 할머니가 되기도 합니다. 소피도 기분에 따라 소녀가 되기도 합니다. 미야자키하야오감독'


그때 떠오른 영화의 장면은 할머니인 소피가 처음 보는 광활한 꽃밭에 다다르자 예쁜 소녀의 모습이 되어 행복하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나의 기분이 나의 나이가 된다는 것이, 나의 마음이 나의 나이가 된다는 것이 사뭇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소녀의 마음으로 활기차게 인생을 살아가려 노력할 때 내 삶의 체력은 조금씩 길러지겠다고 생각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 주위 풍경에 마음을 한껏 뻇기고, 마음에 울림이 오는 문장들에 즐거워하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다 보면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을 삶의 체력이 길러질 것이다.


소녀의 마음은 삶의 체력을 길러지게 한다. 소녀의 모습으로 예쁜 꽃밭을 뛰어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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