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라는 것은 무의식 중에 태연하게 사용하는 시기부터 의식적으로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해요.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
마녀 배달부 키키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키키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 애매한 재능이지만 나의 마지막 비밀인 이 재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재능을 의식적으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키키는 마법을 활용해 빗자루를 타고 배달 일을 한다. 키키에게 마법이란 무의식적으로 태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능이다. 그러던 어느날 키키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때 낙심해서 우슐라에게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데 우슐라가 해주는 말이 있다.
'마법하고 그림은 닮은 것 같아. 나도 안그려질 때가 종종있어.'
'정말? 그럼 그럴 땐 어떡해? 사실 전에는 아무 생각없이도 날았어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날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그럴 때는 미친듯이 그리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야지.'
'그래도 날 수 없으면 어떡해?'
'그리는 걸 포기해 산책을 하거나 경치를 구경하거나 낮잠을 자고 아무것도 안해
그러는 동안 갑자기 그리고 싶어하게 돼.'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재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때 우리는 당황해하고 우울해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 우슐라는 말해준다. 그럴 때는 미친듯이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고, 하고 또 하라고. 그래도 할 수 없게 된다면 잠깐 포기하면 된다고. 우리가 가진 이 재능이 우리에게 소중하다면 우리는 다시 하고 싶어질 수 밖에 없을 거라고.
나도 최근에 글이 안써져서 조금 우울했었다. 이렇게 저렇게 글을 구상해보다가도 글이 써지질 않아서 잠깐 쉬었다. 낙담했지만 애써 그 감정을 무시하고 그냥 쉬었다.
그랬더니 다시 글이 너무 쓰고 싶어져 안달이 났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재능을 의식하게 되었다면 또 낙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면 이제 극대화 시킬 차례다.
키키는 한동안 계속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가 친구인 톰보가 타고 있던 비행선이 강풍에 휩쓸리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극적으로 마법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톰보를 구하기 위해 재능을 사용해야 한다는 키키의 의지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닐까. 마법을 키키의 것으로 만들고 사용했기 때문에 톰보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내게 글쓰기는 더 이상 무의식적으로 써지는 그런 재능이 아니다. 내 작고 애매한 재능을 의식했다면 이제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하고, 하고 또 해야한다.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그냥 하는 것.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그저 해나가는 것. 이것이 재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조건이다. 이렇게 했을 때 우리는 극적인 순간에 재능이 극대화 된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