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디자이너 Jun 21. 2024

상하이에서 출산 6주 차에 차 사고를 당했다

인생에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도 있다.

쿵! 꽈당….


-영화처럼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는 건가.

-어.. 뭐지?


쿵.


3초 정도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아. 일어날 수가 없네.


누군가 내 선글라스를 가져다주었다.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는데 차에 치였다. 운전자는 횡단보도 위를 걷고 있는 나를 못 봤다고 했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12월 초 날씨 치고는 포근하네 생각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다행히 남편이 유모차를 끌고 앞에서 걷고 있었다. 아기가 나와 함께 있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이 상황에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기가 나와 함께 있었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출산 6주에 일어난 일이다.


경찰이 왔고 나는 운전자에게 울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나 모유 수유해야 하는데!!! 약이라도 먹으면 나 모유 수유 못하는데!! 나 출산한 지 6주밖에 안 됐다고. 몸도 아직 다 회복되지 못했는데!!!


엉엉엉 계속 울면서 말했다.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를 접수하고 운전자가 응급차를 불렀다고 했다. 당시 코로나 시기여서 병원 가는 게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경찰은 나보고 시간 날 때 경찰서에 와서 무슨 사인을 하고 가라고 했다.


남편과 아기는 두고 혼자서 응급차에 탔다. 중국어를 못 하는 남편과 아기를 데기로 병원에 간들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었다. 혼자서 가야 했다.

응급차에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저 눈물만 났다.


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차에서 내리는 나를 보고도 병원 보안(경비) 아저씨로 보이는 사람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挂号. 꽈 하오. 돈 내고, 번호 뽑아와요… (중국 병원은 선불하고 번호를 받아야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이런 응급상황에서도 꽈 하오(번호표)를 얘기할 줄이야.

울고 있는 나에게 자비는 없었다.

-꽈하오 안 하면 의사 못 만나니까 어서 가서 번호 받아와요!


나는 중국 로컬 병원이 너무 싫다. 너무 복잡하고 불친절하다. 특히나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더 더더욱이 복잡하다.

겨우 돈을 내고 그놈의 번호를 받아왔다.


응급실 의사 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나는 출산한 지 6주밖에 안되었고, 지금 모유 수유를 하고 있고. 무조건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흔에 출산을 했네요. 자연임신이었어요? 시험관 임신이었어요?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건가? 내가 자연임신이든 시험관 임신이든… 너랑 뭔 상관…. 아… 중국… 의사들… 진짜…

-자연임신이다!!

-고만 울어요. 다 큰 어른이 왜 이렇게 울어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한 의사는 내 몸을 확인하더니. 큰 이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엑스레이 찍고 집으로 왔다. 영수증 챙겨서…

  

이제 중국시터님을 안 쓰고 출산휴가 전까지 나 홀로 육아하려고 했는데.. 일이 꼬였다.

왼쪽 전신 타박상이라 아기를 안는 건 무리가 있었다.

다시 시터님 구하기 시작… 모르는 사람과 하루 10시간을 지내는 게 생각보다 불편했다. 그리고 내가 예민한 건지 본능적인 모성애였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내 아기를 안는 게 싫었다.


중국 로컬 병원에서 출산하고 다시는 중국 로컬 병원 가지 말아야지. 다짐에 다짐을 했는데…

다시 중국 로컬 병원행이라니… 아픈 것보다 중국 병원 가서 기다리고 설명하고 기다리는 짓을 다시 해야 하는 현실이 싫었다.

이런 사건들로 나는 더 예민한 사람으로 변해진 것 같다.

시터님을 감시해야 하고 병원 가서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고. 겨울이라 추웠고, 모유 수유에 새벽 유축까지…


나의 산후조리는 이렇게 스펙터클 했다.

몸의 산후조리는 진작에 끝났지만 내 마음의 산후조리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전 03화 용감했던 중국에서의 출산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