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을 해야 하는 삶
딸아이가 38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아빠와 프랑스로 갔다. 나는 혼자 한국에 남아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지난 3년의 시간을 정리해 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를 키울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보기로 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상하이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살아왔던 경력을 살려서, 패턴 디자이너가 되기.
사실 나는 인테리어 스타일링, 가구 디자인, 오피스 디자인 등등 많은 경험을 해왔었다. 이제는 그 공간 안에 들어가는 머티리얼을 디자인해 보고 싶다.
그림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과 나의 경력이 할 수 있는 일.
패턴 디자이너가 되기로 했는데,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일단 인터넷 강의로 패턴 디자이너 만들기를 보고 나도 따라 해 보았다. 아직은 영 어색하다. 처음 해도 잘 해야 신나서 잘하는 성격인데, 초반부터 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재미가 사라지려고 했다.
이대로 포기하기 전에 다시 그림을 그리면서 일단 손을 풀기로 했다.
사실 흰 종이 공포증이 있다. 눈앞의 사과를 종이에 옮기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남의 그림 보는 것은 좋아하면서 정작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귀찮음과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증이 나를 종이에서 멀어지게 했다.
혼자 하면 며칠 하다 그만둘 것이 뻔했다. '해도 잘 늘지 않던데...'라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용기를 내서 성인 미술반을 등록했다.
내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세 번째 만에 혼자서 장미를 그려냈다. 프린트 종이 위의 장미 한번 내 종이 위의 장미 한번 보면서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선생님의 도움은 받지 않았다. 못해도 오롯이 나의 힘으로 완성하고 싶었다.
신기하게도 장미는 아름답게 그려졌다.
머리를 한대 때려맞은 느낌이랄까.
그동안 왜??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살아왔던가.
그저 몇 번의 실패만 견뎌 냈었다면 지금쯤 정말로 화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나를 정의하고 그 안에 가둬두었다.
해봐야 안다는 말.
이제야 믿게 되었다.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해보는 용기가 가져다준 나의 숨은 재능.
이제 나를 의심하지 않고 정의하지 않고 하나씩 해봐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엄마에서 다시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