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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포트폴리오가 필요해!

과거의 내가 잘했던 일을 떠올려보니 힌트를 찾은 것 같다

by 글쓰는 디자이너


중국어 어학연수를 끝내고 상하이에서 취직할 때쯤 나의 영어와 중국어는 간단한 소통만 할 수 있는 정도였다. 1년을 중국어를 배웠다고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이 나의 성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상하이에서 취업을 하고 싶었다.

나의 목표는 외국 디자인 회사에 취직하기.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스스로 만든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름하여 ‘ROOM PROJECT’. 내 방을 매주 콘셉트에 맞춰서 바꾸는 일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영감 노트에 기록을 하고 생각을 담았다.

’ 그래 이 책으로 두 번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말이 (시원하게) 통하지 않는 사람은 언어를 대체할 만한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노트에는 한국에서 시작해서 상하이에서도 하던 room project와 상하이에서 개최한 전시회까지 모조리 넣었다.

노트를 스캔하고 책 디자인하고 출력하고. 책 디자인할 때 페이지가 앞뒤 바뀌거나 좌우가 바뀌기도 해서 애를 먹었고, 프린트 숍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혹시라도 페이지가 뒤바뀌지는 않았는지. 풀칠은 잘 되는지. 옆에서 보고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이 순서를 거쳐서 30권을 만들어 냈다. 책 안에는 실로 엮어야 하는 페이지도 있었고, 칼로 잘라내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30권을 완성하기에 시간이 좀 걸렸다.


인테리어 회사를 찾고 자기소개서, 기본 포트폴리오 그리고 두 번째 포트폴리오.

두 달의 취직 시간을 설정해 두고 아는 사람을 통하고 웹사이트를 통해서 스무 개의 회사에 두 개의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면서 자포자기할 쯤에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바로 취직이 되었다.

나중에 대표님께 그때 왜 나를 채용했었는지 물어보았다.

‘그 책 보니까 네가 아이디어가 많을 것 같아서’. 대표님은 나의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준 것이었다.

이 취업을 시작으로 나는 상하이에서 10년 넘게 일할 수 있었다.



경단녀가 된 현실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생각난 나의 두 번째 포트폴리오. 경단녀는 더더 더욱 두 번째 포트폴리오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것으로 나를 보여주어야 할까?

일러스트와 그래픽 디자인을 볼 때면 내 마음은 콩닥콩닥 거렸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패턴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나의 두 번째 포트폴리오는 그림이다. 평면 위에 컬러와 선들로 메워질 것들. 어떤 형태가 될지는 그려봐야 알겠지만 다시 펜과 연필이 나에게 두 번째 인생은 선물해 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과거의 내가 잘했던 일을 떠올려보니 힌트를 찾은 것 같다.
그때도 잘 해냈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성숙해졌고
경험도 많아졌으니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제 한 장씩 그려나갈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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