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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lle May 21. 2024

Baby Steps... 한 번에 한 걸음씩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03


Q 씨는 코로나 시절 공황장애를 겪었다. 마치 엘리베이터 안의 마주 보고 있는 거울의 심연처럼, 그는 세상 한가운데 뚫린 블랙홀에 홀로 빠져들어가는 공포를 느꼈다. 아무렇지도 않던 일상의 의식들은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고, 심지어 때론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일주일은커녕 그날 해야 할 일들을 꼽아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압도되고 무력감을 느꼈다....


영화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What About Bob?>의 주인공 밥도 비슷한 문제로 심리치료사 마빈을 찾는다. 마빈은 자기가 쓴 책 <Baby Steps>를 보여주며 조언을 한다.



마빈: 자신을 위해 작고 합리적인 목표를 세우라는 겁니다. 하루 하나씩, 한 번에 한 걸음씩(one tiny step at a time),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목표 말이죠.


밥: 아기 걸음마(baby steps).


마빈: 이 방을 나갈 때는, 빌딩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해야 할 모든 일들을 생각하지 말아요. 방을 나가는 것만 생각해요. 홀에 도착하면 홀만 생각하는 거죠. 그런 식이예요. 한 걸음씩(baby steps).


밥은 방문을 나서면서 주문처럼 '걸음마'를 읊조린다.

"엘리베이터까지 걸음마... 버스 타러 걸음마... 복도까지 걸음마... 걸음마..."




물론 이 영화는 이후 블랙 코미디의 분기를 타며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지만, baby step은 Q 씨가 공황장애의 블랙홀을 빠져나오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ENTJ인 그는 평소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하고, 실패의 변수를 예단하고, 일을 완수하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뒀는데, 그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생각하고 집중하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자신을 계속 다독이고 격려했다고 한다. "그래, 잘하고 있어. 대단한데? 심지어 이젠 두 걸음도 가능하겠어!"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다. 큰 사고 후에 걷는 법을 다시 배우는 것처럼, 때론 답답하고 어색하다. 내가 아닌 것 같은 이질감도 들고, 행여 그날의 사고가 떠오르거나 빨리 달려야 할 필요가 생기면 그의 심장은 아직도 여지없이 쿵쾅대며 머리 속에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가 떠오른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신발코 앞의 한 걸음에 집중하며 오늘도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



One step at a time is all it takes to get you there.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한 번에 한 걸음씩 걷는 것이다.)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이 남긴 말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나 은둔형 시인으로 삶과 죽음, 사랑과 불멸에 대한 많은 시를 남긴 그의 마지막 12년은 고단했다. 부모님과 친척, 소울 메이트였던 벗 등,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이어 떠나보내야 했던 그는 회복할 새 없이 또 찾아오는 죽음의 이별 앞에 낙담하고 좌절했다. 작품 수는 줄었지만 그래도 그는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한 번에 한 편씩. 임종을 앞두고 그는  마지막 한 걸음을 걸으며 마지막 글을 남겼다. 그의 묘비명이기도 하다.


called back....





Baby steps: 걸음마. 천천히. 한 걸음씩.


One step at a time: 한 번에 한 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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