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즐겨하던 온라인 게임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대학생 연맹원이었는데 학기가 힘들다고 이전에도 몇 번 푸념했길래 난 저 자음들을 직관적으로 해석했다.
"죽겠네."
아 많이 힘들구나... 오죽 시간에 쫓기면 글 내용도 없이 제목만 저리 달아놨을까... 그러나 그것이 오독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갑툭튀'한 신조어들의 당황스러움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사바사, 부바부, 교바교"는 무슨 주문인 줄 알았고...
"아싸"는 처음에 감탄사로 들렸다...
"갑분싸"는 배변행위의 완곡어법 같았고...
"낄끼빠빠"는... 낄낄~ 빠빠이?...
이처럼 본 단어나 문장을 끊어내고 축약해 만들어진 신조어 하나가 2023년 옥스퍼드대학 출판사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로 올랐다.
Rizz: (이성에 대한) 매력.
Rizz up: 이성을 유혹하다. 꼬시다.
"Rizz"는 뉴욕에 어느 유튜버가 처음 사용한 후 입소문을 타고 틱톡 등에 널리 퍼졌고,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가 인터뷰에서 "I have no rizz whatsoever. I have limited rizz."라고 말하며 정점을 찍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카리스마(charisma)'가 어원인데 앞과 뒤의 음절을 떼어내고 s를 Z세대의 zz로 마감해서 태어난 신조어다. 짧고 쿨한 어감이 Z세대를 특징짓는 또 다른 단어 '플렉스(flex)와 유사하다.
'매력'이란 점은 같지만 카리스마와 리즈에는 차이가 있다. Rizz는 오로지 이성에게 어필하는 매력이다. 카리스마는 개인 대 개인의 매력보다 개인 대 다수의 성향이 강하다. "저분 카리스마 장난 아니다"라는 말은 집단을 휘어잡는 매력. 모두가 우러르는 리더십이나 경외심을 포함한다. 외모나 언변뿐 아닌, 집단에 어필하는 '크신 분'의 총합이다. 연식 오래된 카리스마의 몸을 가르고 튀어나온 꼬마 rizz는 가볍고, 생기 있고, 발랄하게 뛰어다닌다. This is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