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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lle Mar 22. 2024

Serendipity...발음도 예쁘고 뜻도 좋은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23


유럽에서 네덜란드 친구 부부를 만났을 때 일이다. 오랜만에 만나 그간 각자 힘들었던 일들을 나누고 있는데 그 친구의 남편이 잔잔하게 한 마디를 던진다. 'Serendipity.' 전에 만났을 때는 계산적이고 깐깐했던 캐릭터였는데 뭐지 싶었다. 그의 아내는 깔깔 웃으며 요새 부처가 되려는 지 도를 닦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외모도 왠지 해탈한 도인의 느낌? 점심시간이 되어 맛집을 찾아갔는데 그 집은 문을 닫았다. 우리는 하필 오늘 왜! 하며 아쉬워했다. 다시 도인께서 한 마디 하신다. 'Serendipity.' 그러더니 앞장서서 훨훨 걸어가신다. 그분을 따라 우리의 발길이 닿은 곳은 어느 호젓한 식당의 야외 테이블. 맛집 신봉자인 우리 부부는 다소 불안했지만 음식은 훌륭했고 후식도 최고였으며 우리의 대화도 흥이 올랐다. 그분이 한 마디 하신다. 'See? Serendipity.'


동명의 영화 <세렌디피티>에서 주인공 사라는 이 단어의 뜻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라:  Serendipity.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야.

조나단: 그래? 왜?

사랑: 발음도 예쁘고 뜻도 좋아서. 행운의 사건(a fortunate accident).


'행운의 사건,' '운 좋은 발견'을 의미하는 이 기분 좋은 단어는 영어권에서 꽤 인기가 있어서 그만큼 팝 컬처에도 자주 등장한다 (BTS 지민의 곡도 있다.)



이 단어의 어원인 세렌디프는 지금의 스리랑카다. 당시에는 목적지로 항로를 정하면 결코 도달할 수 없고, 믿음으로 다른 곳을 향하여 운에 맡겨 항해하다 보면 우연히 도달하게 된다는 신비의 나라.... 우리의 계획과 의지로는 도달할 수 없고, 마음을 비울 때에야 비로소  운명이 키를 틀어 그곳으로 우리를 인도한다는 세렌디프의 전설은 우리 인생의 역설을 상징하기도 한다.


강사 시절. 어느 대학에서 수강생 백 명 정도의 교양 수업을 강의한 적이 있다. 기말에 학생들 성적이 너무 안 좋아 나를 초빙한 전공 교수께 상의했고 그분은 '한 만큼 성적을 주자'고 했다. 공정하게 성적을 주고 해외에 다녀오니 급히 학교로 들어오라는 그분의 연락이 왔다. 학장님이 내가 준 낮은 성적에 격노했고 당장 성적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 중간에 낀 그분의 입장을 생각해서 성적을 정성껏 손수 '조작'해서 모두 한 그레이드 이상씩 올려줬다. 그리고 며칠 후, 다음 학기 강의에서 '해촉'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르칠 줄도 모르는 교수에게 강의를 맡길 수 없다는 그 학장의 결정이었다. 어이없는 갑질이었지만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가 사적인 이유로 성적을 고치고, 그 직까지 잘렸으니 두 번 죽은 셈이고 교육자로서 나의 존재를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내심 그 대학이 나의 세렌디프였기에 좌절감은 더 컸고, 당시에는 내게 너무나 불행한 사건이었다...



Serendipity...


원칙을 어겨가며 성적까지 고쳐서 들어가고 싶었던 그곳은 문이 닫힌 맛집이었다. 그곳에 들어갔단 한들 그런 팍팍한 식당에서 내가 과연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었을까? 운명(?)의 힘으로 나는 목표 없이 항로를 바꿔야 했고 내 인생의 배는 그렇게 한 동안 바람과 물결에 방향을 맡기고 흘러갔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의 세렌디프에 도착할 때까지....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되,


방향타를 놓아야 경험할 수 있는 마법의 항해를 오늘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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