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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lle Apr 24. 2024

Quiet Quitting...조용히 사라진다는 것은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21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자기 부서의 업무 카톡방에는 몇 년 동안 1이라는 숫자가 남아있다고 한다. 그 긴 세월 동안 누군가 끈질기게 방을 나가지도, 메시지를 확인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는 Q라는 직원이다. 그는 수년 전 업무 미팅에서 동료들과 큰 언쟁을 벌였고 그 이후로 잠수를 타버렸다. 그의 소속과 부서는 그대로였지만 그는 스스로(?)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미팅에도 나오지 않고 본인이 맡은 업무 외에는 어떠한 협조도 기여도 하지 않았다. 그의 존재를 유일하게 상기시켜 주는 흔적은 단체 카톡방의 숫자 1이라고 했다.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단편 '필경사 바틀비' 못지않은 서글픔과 경외심이 동시에 들었다 ('Call It A Day' 참조).


22년 틱톡에서 바이럴 되며 떠오른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할 일만 하는 심리적 퇴사를 의미하는 말이다. 2023년 갤럽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59%의 노동인력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 일면 '파이어,' '워라벨,' '욜로' 등의 성향과 맥을 같이 하지만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Q 씨처럼 직장 내 관계의 갈등이 원인일 수도 있고, 직장의 임금, 업무량, 장래성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조직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부서의 사기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조용한 퇴사'는 매우 부정적이고 이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Quiet Quitting에 대한 반작용으로 떠오른 또 다른 유행어는 Quiet Firing이다. 사측이 공식적인 해고나 징계를 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스스로 나가도록 '조용히 해고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부터는 가정이다. Q 씨가 속한 부서의 장은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장 공식 절차를 밟아 해고를 할만한 사유는 딱히 없지만,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를 더 이상 옆에 두고 싶지도 않다. 그는 별도의 카톡방을 파서 Q를 제외한 부서원들을 초대한다. 1이 주는 불쾌함이나 불편함 없이 그곳에서 쾌적하게 교류를 이어간다. 업무 이메일 리스트에서 Q를 제외하고, 그가 맡아오던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잡일을 맡긴다. 정기 인사고과, 연월차 등에서 정당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Q는 결국 모멸감을 견디지 못해 사표를 내게 되고 조용한 해고는 마침내 공식적으로 완성이 된다. 그리고 Q는 언제든 다른 이니셜로 대체될 수 있다.


Q의 사례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직장인은 누구나 '조용한 퇴사'의 유혹과 '조용한 해고'의 위협 사이에서 매일 나만의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냉혹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으며 버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기적이라는 욕을 먹더라도 살아남기 위한 방어기제를 선택한다. 직장은 내 인생이 아니다. 맞다. 그러나 직장을 잃으면 내 인생은 어디에 있는가? 이 존재론적인 딜레마에 대해 선뜻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디, Q 씨의 조용한 퇴사가 외롭게 홀로 가는 길이 아니길 바란다. 그의 동료들이 다시 한번 더 용기 내어 손을 내밀고, 그 역시 용기 내어 그 손을 마주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칼 세이건이 <컨택트 Contact>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공허함을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것은 서로가 있기 때문"이니까....


"the only thing we've found that makes the emptiness bearable, is each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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