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대로 살 때는 몰랐다. 집에 가면 당연히 밥이 있고, 먹을거리들이 있다. 화장실에 가면 치약이 있고, 휴지가 있고, 욕실용품들이 있다. 그저 있는 대로 쓰기만 했다. 함께 있을 때는 당연히 내 것이라 생각했다. 내 것이라기보다는 누구의 것이라고 구분 지을 일이 없었다. 그냥 있는 대로 쓰는 거고, 그냥 있는 대로 먹는 거였다.
독립을 하고 집에 있는 물건이 밖으로 나가면 달라졌다. 물건을 가져가는 게 되고 나는 이제 물건을 음식을 가져가는 사람이 된다. 값을 치르지 않고 가져가면 도둑질이 된다.
그래서 이제,
집에 가면 나의 도둑질이 시작된다.
잠깐의 순간에도 엄마는 뭐든지 챙겨주시고 아빠는 옆에서 다 훔쳐간다고 계속 말씀하신다. 그럼 아빠는 엄마한테 타박을 받는다. 다시 아빠는 나에게 하나하나 다 사진 찍어야 한다고 돈 내고 가져가라고 한다. 그럼 다시 엄마의 구박이 이어진다.
가방에 이것저것 넣기 바쁜 엄마, 도둑질을 말하기 바쁜 아빠.
그런 모습을 기분 좋게 지켜보는 나의 당당한 도둑질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