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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이 May 18. 2024

나의 도둑질이 시작되었다

있는 대로 살 때는 몰랐다. 집에 가면 당연히 밥이 있고, 먹을거리들이 있다. 화장실에 가면 치약이 있고, 휴지가 있고, 욕실용품들이 있다. 그저 있는 대로 쓰기만 했다. 함께 있을 때는 당연히 것이라 생각했다. 것이라기보다는 누구의 것이라고 구분 지을 일이 없었다. 그냥 있는 대로 쓰는 거고, 그냥 있는 대로 먹는 거였다. 


독립을 하고 집에 있는 물건이 밖으로 나가면 달라졌다. 물건을 가져가는 게 되고 나는 이제 물건을 음식을 가져가는 사람이 된다. 값을 치르지 않고 가져가면 도둑질이 된다. 


그래서 이제, 

집에 가면 나의 도둑질이 시작된다. 


잠깐의 순간에도 엄마는 뭐든지 챙겨주시고 아빠는 옆에서 다 훔쳐간다고 계속 말씀하신다. 그럼 아빠는 엄마한테 타박을 받는다. 다시 아빠는 나에게 하나하나 다 사진 찍어야 한다고 돈 내고 가져가라고 한다. 그럼 다시 엄마의 구박이 이어진다. 


가방에 이것저것 넣기 바쁜 엄마, 도둑질을 말하기 바쁜 아빠.

그런 모습을 기분 좋게 지켜보는 나의 당당한 도둑질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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