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가족들에게 걸려오는 전화의 첫마디
지금 어디야?
"집에 있지", "집이야", "내 방이야"라고 대답했다.
나만의 곳으로 독립을 한 뒤로는 지금 어디야?를 들으면 망설이게 된다.
내 집? 12층? OO동?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내가 있는 곳은 그날그날에 따라 내 집이 되었다가, 층이 되었다가, 동네가 된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집은 우리 집이었고 온전한 나의 공간은 내 방이었다.
내 방에서 책을 읽고, 준비하고, 공부하고, 쉬고, 잠자고 대부분의 생활이 내 방에서 이뤄졌다.
청소를 할 때면 오늘은 내 방 청소해야지, 오늘은 내 방 정리해야지.
독립 후에는 내가 있는 모든 공간이 온전히 나의 공간이다. 딱히 내 방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가 없어졌다. 그저 내가 있는 공간은 그냥 집이 되었다. 오늘은 집 청소해야지, 오늘은 집 정리해야지.
낯설지만 내 집.
내 집이라고 하니, 부모님과 완전히 떨어진 느낌이다. 여기가 내 집이면, 부모님이 계신 집은 이제 더 이상 내 집이 아니구나. 그래서 내 집이야라고 대답하기가 망설여졌는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로부터 완전히 떨어진 느낌이 싫어서.
나는 이제 내 방에서 내 집으로, 우리 집에서 내 집으로 독립했다.
지금 어디야?라고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내 집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진짜 독립을 위해 오늘도 연습한다. 내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