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다 보니 오늘도 늘 같은 일상을 보낼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날도 여느 날이랑 똑같았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평일 중 하루.
달라진 하루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퇴근길 뒤차가 내 차를 박았다. 차 뒤는 다 찌그러졌다. 손과 발이 덜덜 떨린 나는 차에서 내릴 수 없었다. 사고를 수습하고 병원 치료를 시작했다.
통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졌다. 입원이 필요했다. 입원을 생각해 보니,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선명해졌다. 입원을 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다행히 간병인이 필요하지 않아 병원 생활은 스스로 할 수 있지만, 오늘 당장 필요한 개인 물품을 가져와야 했다.
세면도구, 속옷, 슬리퍼가 먼저 떠올랐다. 개인물품을 가져달라고 할 사람이 딱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근처에 살고 있는 언니. 언니도 퇴근을 해야 가져다줄 수 있다. 우선은 병원 내에서 내가 해결을 해야 한다. 그나마 가까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언니가 있어 이렇게 부탁이라도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갑자기 장기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갑자기 거동이 불편해진다면.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생길 수 있는 일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떠나야 하는 상황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
1. 나의 짐을 분류해 놓는다.
나의 개인 짐을 남겨진 사람이 정리하면 힘들 것 같다. 나의 개인 물건들을 평소에 분류하면서 써야겠다.
2. 재산을 정리해야 한다.
큰 재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겨진 내 돈은 어디로 가는 걸까. 미리 정해 놓아야겠다.
3. 필수 가방을 만든다.
직접 챙길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이 가방만 가져다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가방을 챙겨놓아야겠다. 언제든 챙길 수 있는 가방을.
4. 건강한 이별을 준비한다.
아프지 않고 떠날 수 있다면 제일 좋겠다.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야겠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떠나야 한다면..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내가 나를 잘 챙겨 보내주고 싶다.
(갑작스럽게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심각해지지 말고 오늘을 충실하게 보내자. 그게 나를 위한 최선.^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