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나는 말하지 않으려고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티가 나는 것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야기하게 되고, 걱정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이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내가 괜찮다고 하면 진짜 다 괜찮은 게 된다. 엄마아빠의 안부에 엄마아빠가 괜찮다고 하면 진짜 괜찮은 게 된다.
얼마 전의 접촉 사고로 골반 통증이 계속되어 주사치료를 받았다. 주사 맞을 부위를 체크하고 소독하고 수술을 앞둔 마음이었다. 주사가 끝나고 걷자, 허리가 뻐근하고 뭔가 나무판자가 허리에 있는 기분이었다. 주사도 힘들었지만, 걸을 때도 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엄마한테 괜찮다고 말한다. 아니, 엄마는 내가 치료를 받는 줄은 알지만 그냥 가벼운 물리치료인 줄 만 안다. 나는 그렇게 하나씩 비밀이 생기고 있다.
집에서 보내 준 과일은 언제나 감사하다. 과일을 직접 사 먹은 적이 없어서, 선뜻 과일을 사는 게 자연스럽지가 않다. 제철에 맞게 과일을 보내 주실 때마다 맛있게 먹지만, 뒤처리가 힘이 든다. 복숭아만 해도, 먹기만 하면 복숭아 껍질이 쌓인다. 음식쓰레기가 쌓인다.
나는 또 괜찮다고 말한다. 복숭아 또 보낼게라는 말에. 음식쓰레기 버리기 싫어서 엄마 이제 복숭아 안 먹을래 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아직 복숭아 한참 남았어라고. 나는 그렇게 또 다른 비밀을 만들었다.
상대를 생각하는 비밀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다음에 또 어떤 비밀이 생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