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사람의 눈빛이 제철
만개한 벚꽃에 연일 마음이 간질 거리는 4월의 어느 날, 집중력은 완전히 고갈되고 말았다. 잠깐도 집중하지 못하고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고동색 나무 위에 핀 분홍의 꽃잎을 감상하는 통에 제때 일을 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제 모습을 봐달라는 듯, 애처롭게 휘날리는 벚꽃을 가만히 두는 이 하나 없는 4월에는 나도 다를 바 없었다.
4월의 주말은 벚꽃이 만개한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이 모여든다. 찰나의 생을 사는 꽃을, 그 생보다 더 찰나를 사는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사람들은 촉박한 시간을 쪼개어 가장 예쁘다 말하는 곳으로 모여든다. 한정된 개화 기간에 쫓기기는 하지만, 정작 그곳에 도착하고 나면 어느 한 명도 급하게 걸어가는 이가 없다. 몇 걸음을 가다 멈춰 사진을 찍고, 가만히 서서 고개를 올려 꽃들을 쳐다보는 일을 반복할 뿐이다. 어떤 시간보다도 느린 봄꽃의 생을 온전히 만끽하며 더딘 걸음으로 하루를 채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고 가는 눈 빛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벚꽃을 보는 횟수 보다 서로를 보는 시선의 수가 곱절은 더 되는 듯 보인다. 추운 겨울 동안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다 놓쳤던 연인의 어여쁜 순간들을 따뜻한 봄날의 꽃과 함께 꾸며 놓고 선, 느긋하게 바라본다.
문득, <박준 시인>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니, 꽃잎이 되어 가슴에 조용히 안착했다.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
생각해보면 헤아릴 수 없는 벚꽃 나무 아래에는 그 못지않게 수많은 연인과 가족, 친구들의 시선이 있었다. 꽃도 꽃이지만, 함께 이곳에 와 같은 순간을 만끽하는 것을 더 행복하다 말하듯이.
봄은 어떤 계절보다도 사랑을 부추기는 계절이다. 소생의 계절은 꽃을 피우고 동물을 깨워 바람을 데우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딱딱하게 얼어 날카로워진 연緣을 녹이고 매듭을 짓는다. 그렇게 봄은 어느 날, 벚꽃이 만개한 이 맘 때 매듭진 연들을 일제히 폭발시킨다.
잠깐일 뿐인 벚꽃의 아쉬움을, 숱한 인연들이 주고받은 시선 안에 담긴 <애정>이라는 기운을 덧대며 사랑을 피운다. 보이지는 않지만, 벚꽃이 진 자리에는 여전히 그것이 걸려 있을 테지.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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