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을 더듬으며 살아간다.

by 전성배

티끌 없이 맑은 밤, 말도 안 되게 별의 자리 하나 남지 않고 모조리 사라진 칠흑 같은 밤에 보름달만 덩그러니 떠있었다. 달의 크레이터와 완만한 지면에 반사되어 뿜어지는 황색 빛이 칠흑의 밤을 물들이는 것을 보며, 우리는 아름답다고 말했다. 구름의 유영을 보며, 구름의 속도를 가늠하며 지구의 자전을 느꼈던 낮과 달리, 그 밤은 기준점을 둘 곳 없이 달만 홀로 떠있어 지구가 마치 멈춘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시간의 순행도 자전과 잠시 멈춘 것만 같았고, 오직 아름답다는 말과 아름다움의 영원을 꿈꾸는 달콤한 소원 만이 공중에 흩뿌려져 사라질 생각 없이 떠다닐 뿐이었다.


"매일매일 오늘 같은 달이 뜨면 좋겠어요, 하지만 매일 이런 달이 뜨면 이렇듯 특별하지는 않겠죠"


문득,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던 케케묵은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사랑이라는 도로 위에 마치 이정표처럼 박혀 있는 이 문장이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매번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서면, 갓 운전대를 잡은 초보운전자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빠르게 움직이는 숱한 사랑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바람에 미쳐 이정표를 발견 못하고 직진만 해버리기에, 우리는 매번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어버려 길을 잃곤 한다. 아주 단순한 이치를 우리는 정면만 보는 통에 간과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결국, 지난 간 뒤에 후회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같은 맥락에서 '행복'이라는 가치도 이와 동일할 것이다. 우리는 매일 행복하기를 바라며 살아가지만 실제로는 손에 꼽을 만큼 행복을 느끼는 날이 적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어쩌다 찾아오는 행운처럼 흔하지만 쉽게 곁에 둘 수 없고, 매일 같은 날을 반복하는 우리에겐 마치 허상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행복이 왔을 때 더 큰 감동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외줄 타기 하듯 불안한 일상에서 안전줄처럼 내려오는 행복은 희망으로 분류될 정도로 감명 깊다. 가끔씩 떠오르는 보름달이기에 더욱 특별하다는 말에 행복을 투영시켜보자. 그럼 행복이 행복이라 불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와카레미치

우리는 사실 운명처럼, 지천에 널린 흔하디 흔한 행복을 무의식 중에 더듬으며 살아간다. 때론 등을 돌리고, 눈을 감기까지 하며 잡은 행복을 일부러 놓아주기도 한다. 눈에 훤히 보이는 아이의 욕심이나 잘못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득 품은 눈으로 모른 채 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우리는 가끔씩 그것을 그렇게 모른 척하고, 그러다 힘들고 지칠 때 한 번씩 더듬는 것으로 고된 삶에 드문 드문 숨통을 트여 놓는 것이다. 행복이 항상 일정한 희망의 크기를 잃지 않도록, 무의식 중에 평범한 것이 주는 행복과 위안에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풍요로운 사람이 행복에 더 무감각한 이유는 너무 많은 행복을 쉴 새 없이 부여잡아서 이지 않을까.




와카레미치입니다. 삶과 사람의 틈새에 산란해 있는 사정을 추려 글을 쓰고 윤색潤色합니다. 땅에서 시작된 작은 생명이 수십억 인간의 삶이 되는 것에 경외심을 느껴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수필 연재와 만났던 농민의 작물을 독자에게 연결해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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