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연인의 무거운 발걸음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별 후 버려지듯 남겨지는 이에 대한 연민인 걸까. 아니면 떠난 뒤 언젠가 찾아올 우리가 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적어도 나는 후자이길 바란다. 연민이나 안쓰러움에서 태어난 무거운 걸음이 아니라, 최소한 내가 너를 사랑한 동안 최선을 다했으니 떠난 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를 향한 그리움으로 외로움에 집어삼켜지길 바란다. 외로움에 삼켜진 이는 새롭게 시작할 사랑에 조급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안될 사람을 만나게 돼버릴 테니까. 그럼 나를 떠난 뒤에 새롭게 만난 사랑들은 대부분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나는 지금껏 누군가를 어른스럽게 떠나보내지 못했었다. 어른스러운 이별에 정의가 무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스스로 섣부른 답을 내리기도 했다. 사랑은 사람을 성숙하지 못하게 한다고. 사랑이라는 바람은 겹겹이 대문을 닫고 빗장을 걸어둔 마음을 하나씩 열어젖히고는 가장 깊은 곳에 두었던 본심을 눈뜨게 한다. 깊은 사랑은 이 본심에 휩싸여 질투와 이기심을 불러와 그 혹은 그녀를 내 것으로 영영 박제하고 싶게 만드니, 당연히 그런 사랑의 말로는 추잡스러울 수밖에 없다. 떠나지 말라 매달려도 보았고, 소리 없는 눈물을 떠나려는 이 앞에 끝없이 흘려 끝이라는 다리를 건너지 못하게 만들려고도 했다. 하지만 떠나려는 이는 떠나기 마련이고, 이미 끝이라 말했던 사랑은 애써 끈을 이어 묶는 다 해도 끊어지기 마련이었다. 몇 번의 사랑은 이 당연한 사실을 겨우 깨닫게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성숙한 사랑을 할 수는 없었다. 본심을 끄집어내는 사랑 앞에 도저히 어른이 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나만의 사랑을 정의하기로 했다. 끝없는 믿음과 애정으로 사랑하며, 그럼에도 떠날 연인에게는 불행을 바라자고. 치졸하지만 나를 위한 사랑을 하기로 했다. 불안한 사랑을 하는 사람일수록 나는 이 사랑 법을 전했다.
"이미 시작한 사랑에 불안과 불신을 채우면 뭐가 달라질까. 되려 쌓이는 시간만큼 서로를 더 힘들게 할 뿐이야. 너의 의리를 져버릴 사람은 져버리고, 너의 사랑을 사랑으로 화답할 사람은 화답하기 마련이야. 그리고 세상에 퍼진 "너 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은 믿지 못하지만, 적어도 사랑에서 만큼은 맹신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 현재의 모습은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고, 현재의 모든 건 결국 하나의 미래로 점철된다고 하잖아. 불신으로 채운 사랑은 빛을 볼 수 있는 사랑도 어둠으로 끌어내리지 않을까. 사랑만큼은 네가 하기 나름이야. 사랑하도록 해. 불신과 불안을 떠올릴 시간에 눈을 감고 사랑만 하도록 해"
나의 사랑은 어른스럽지 못하다. 그저 후회 없는 이별이 되기 위한 사랑을 한다. 본심을 여는 그녀의 매력 앞에 노골적으로 사랑을 드러내며 끝없는 믿음을 베푼다. 그럼에도 떠난다면 겸허한 미소로 말을 아끼며 돌아서는 것으로, 연인이 언젠가는 나에 대한 그리움으로 무너질 수 있도록. 가끔씩 나에 대한 그리움을 꺼내는 연인의 소식을 들을 때면 나는 더욱 나의 사랑 법을 맹신한다. 그러니 지금 내 곁을 지키는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나를 위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훗날 우리가 끝날지 언정 미련은 남되 너를 향한 후회는 없도록. 적어도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 나는 너를 진실로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 나를 떠날 너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나는 속절없이 너를 사랑할 것이다. 지금처럼.
와카레미치입니다. 삶과 사람의 틈새에 산란해 있는 사정을 추려 글을 쓰고 윤색潤色합니다. 땅에서 시작된 작은 생명이 수십억 인간의 삶이 되는 것에 경외심을 느껴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수필 연재와 만났던 농민의 작물을 독자에게 연결해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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