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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Apr 18. 2017

아보카도

숲의 버터

#마흔세 번째 글


숲의 버터


작은 호리병을 닮은 모양새에 울퉁불퉁한 표면은 악어가죽을 연상시키기도, 혹은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리는 것과 같은 괴상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외형 덕분에 '악어 배, 서양배'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의 속내를 알게 된다면, '숲의 버터'라는 별칭이 가장 잘 어울린다. 생과 그대로 먹기보단 샐러드와 드레싱, 기타 요리의 재료로 더 많이 쓰이는 과일, 바로 '아보카도'이다. 

단단한 표면은 파인애플을 떠올리게 했다.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듯, 다부지다 못해 단단한 아보카도는 가히 오랜 세월을 세상에서 지냈을 거란 걸 지레짐작하게 만들었다.


긴 시간을 이어오다.


멕시코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보카도는 '멕시코 푸에블라(Puebla)주'의 어느 오래된 동굴에서 약 7000년 전부터 아보카도가 재배되었다는 흔적이 발견되었으나, 일각에서는 화석증거로 보아 그 보다 훨씬 오래전에 아보카도와 비슷한 종이 캘리포니아 북부까지 재배가 되었을 거라 말하고 있다.


이 아보카도가 현대와 같이 사용되던 시기는 약 13세기 무렵의 잉카 왕 무덤에서 아보카도 씨가 출토되었다는 기록으로 짐작할 수 있으며, 그것이 16세기 전 후로 미국과 호주, 유럽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큰 씨를 품고, 큰 건강을 품고


아보카도는 이제 많은 이가 잘 알듯이 그 안에 커다란 씨를 품고 있다. 그렇기에 열대과일 중에서도 '핵과'(과실 안에 씨를 품고 있는 것을 말하며, 34번째 칼럼 망고 편에서 설명하고 있다) 분류된다. 


단단한 과피는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한 철옹성 같았다.


아마도 자기가 지닌 영양을 지키려는 것이 아녔을까, 그가 지키는 아보카도에는 각종 비타민 성분과 미네랄, 칼륨이 풍부하며,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 좋다. 그 대부분이 지방과 탄수화물,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칼로리가 결코 낫지 않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싶지만, 아보카도의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이 주체이기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건강에 도움과 포만감을 준다. 즉,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다.


아보카도를 맛보다


벚꽃을 본 날이었다 바람이 벚꽃을 지나 나르는 탓일까, 바람마저 분홍 빛에 물든 것만 같았다. 그런 계절이 자연만을 치켜세우는 때에, 그날과 잘 어울리는 초록의 과실 '아보카도'를 들었다. 

손에 아담하게 담기는 작은 호리병은, 수 없이 퍼져있는 작은 굴곡들로 손을 비벼댔다. '악어 배'와 같은 무시 무시한 별명과 달리 애교스러운 모양새였다. 보통은 요리에 곁들이거나 쉐이크로 가공하여 먹는 것이 대다수이나, 생으로 그 맛을 느끼기 위해 반으로 잘라 내었다.

대부분이 지방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탓에 확실히 버터와 판박이 었다. '무슨 맛일까' 하는 물음이 머리를 가득히 메우니, 이내 조각을 내어 입에 넣게 만들었다.


후숙이 충분히 된 상태였던 아보카도는 씹히는 맛은 거의 나지 않았으며, 고소함 만을 입안에 남겼다. 특별한 단맛도, 특유의 맛도 내지 않는 물음표(?)만 남기는 맛이었다. 생으로 먹기에 거부감도, 부담감도 없는 무미건조한 맛은 되려 많은 것과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연의 색이 짙은 것은 다른 것과의 동화를 이루는데 제한적이지만, 색이 옅은 이것은 무엇과도 잘 어울릴 것만 같았다. 금세 자기의 색으로 삼아 도약할 것 같은 그러한 녀석이었다. 


이 봄에도 동화되어 봄을 씹게 하는 '위로'와 같은 아보카도를, 맛보았다.


아보카도는 미숙한 상태로 재배하여 후숙을 한 후에 섭취하는데,  그 익은 정도는 외형을 통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바로 '색', 초록에서 짙은 갈색으로 변색할수록 그 후숙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음으로 소비자는 기호에 따라 색을 보고 사용·섭취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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