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있네
어느새 2주가 지나가 버린 토요일 오후, 시간 맞춰 센터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 시간은 야속하리만큼 빠르게 흘러가지만 주말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왠지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 시간에 포기한 영어요가를 다시 해보려는 심산으로 알파벳 요가를 익히고 왔다. 그리고 속으론 수업에 잘 따라오는 아이들이 많이 왔길 내심 바라며 복도를 지나쳤다.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눈에 보였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바람이 이루어지기라도 한 듯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와 처음 보는 아이도 함께 있었다.
첫 만남에 자신을 소개하는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 설레발일지 모르지만 왠지 일이 잘 풀릴 듯한 예감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오늘 할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나를 따라 위아래로 고개를 움직이는 아이들, 움직이는 동안 계속해서 잡다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그래도 꽤나 순조롭게 느껴졌다. 이리저리 몸을 가볍게 움직이고 나서 짝을 지어 스트레칭을 해보자고 말했다.
"이렇게 서로 등을 대고 앉아서 머리 위로 만세! 내가 먼저 친구의 팔을 잡고 내 앞으로 살짝 숙이는 거예요." 웃음소리와 함께 간간히 아프다는 소리도 들려 "친구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짝만 해도 돼요!"라고 말했다. 준비운동을 무사히 마친 것은 아무래도 처음이었다. 느리긴 해도 체계적으로 모양새를 갖춰갈 수 있겠다 싶어 시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요가와 한글요가를 복습한 후 영어요가로 이어가려는데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말했다.
"영어요가는 쪼끔만 해요!" 그냥 넘어가면 될 걸 궁금한 마음이 앞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영어요가는 어려워요!" 라며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맞장구를 쳤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알겠다고 했다.
"알파벳 A부터 해볼게요, 다리를 벌리고 머리 위로 손을 뻗어 잡아볼까요?" 비교적 쉬웠는지 곧잘 따라 했다. "그다음은 B죠? B는 한 손을 허리에, 그리고 발도 손처럼 옆으로 동그랗게 만들면 돼요!"
한 아이가 어렵다고 얘기하자 다른 아이도 따라서 어렵다고 했다. 처음이라 익숙하진 않겠지만 천천히 해보자 타이르며 여차저차 D까지 이어갔지만, 계속해서 어렵다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 나머지는 다음에 하자고 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35분이나 지난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게임하고 마무리까지 충분하겠다 싶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자고 얘기했다. 정지상태에선 요가동작을 해야 하고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술래가 된다는 규칙을 당부한 후 게임을 이어갔다.
무섭다고 도망가며 돌고래 소리를 지르는 아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채 재밌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이런 날도 있네'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