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를 못 잡고 떠다니는
2025년 12월 13일 토요일
멀리 떨어져 사는 동생에게 카톡으로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집을 나섰다.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요가를 하러 가는 날이기도 했다. 2주라는 간격이 생각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걸 보니 봉사활동이 내 일상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온 듯하다.
수업 2시간 전에 센터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영어 요가를 다시 시도할지 아니면 지금까지 하던 내용을 반복하는 게 나을지 고민해 보았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정답이 떠오르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내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없는 듯하다.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와 구글에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에게 반복학습을 적용하는 게 시스템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내 생각을 합리화하고 온전히 커피만 즐기기로 했다.
절반쯤 마시고 나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더 유튜브를 뒤져보았다. 예전에 파트너 요가수업으로 참고한 적 있는 아영선생님의 키즈요가 영상을 재생했다. 공을 이용해 아이들과 요가를 즐기는 모습이 꽤나 그럴듯하게 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서 옳다구나! 하고 공을 이용한 수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센터에는 요가매트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도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물품을 구비해 달라 요구하기도 혹은 사비를 부담하여 지원하기도 애매했다. 그래서 풍선을 이용해 보자고 생각했다. 커피를 절반쯤 비워야 두뇌회전이 되는 걸까? 생각하며 나머지를 들이켰다. 그리곤 한잔 다 마시면 각성되겠지! 하는 어리석은 믿음에 기대 보기로 했다.
운 좋게도 가까운 곳에 문구점이 있었고 쉽게 풍선을 구할 수 있었다. 풍선 두 묶음을 사서 센터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감과 아이들이 좋아할까 궁금한 마음이 컸던 듯하다.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에게 오늘 풍선요가를 할 거라고 알려주었다. 색색깔 풍선이 아이들 눈에 띄었나 보다. 살짝 들뜬 모습으로 풍선이 터지면 어떡하냐, 끝나고 가져가도 되느냐고 물어보는 모습을 보고선 내 마음도 살짝 들떴다.
"각자 원하는 색깔을 골라보세요."라고 말하며 여러 색의 풍선을 보여주었다.
노랑, 빨강, 파랑, 초록, 보라, 분홍, 단 한 명도 겹치는 것 없이 전부 다른 색을 골랐다. 나에게 말 한마디조차 건넨 적 없는 덩치 큰 남자아이와 양갈래 머리 소녀도 풍선을 보여주니 각자 좋아하는 색을 선택했다. 그리곤 몇몇은 벌써 제 입으로 가져가 불기 시작했다.
때마침 나에게 커피각성효과가 나타난 것인지 풍선으로 아이들에게 호흡도 가르쳐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우리 같이 숨 쉬면서 풍선을 불어볼까요? 코로 숨을 크게 마시고 입으로 내쉬면서 풍선을 후 불어봐요!"
오직 두 아이만이 힘겹게 풍선을 불었고, 나머지는 복어처럼 볼만 부풀리고 침을 튀기고 있었다.
그땐 몰랐다.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들에게 풍선을 부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하는 수 없이 내가 불어주겠다고 나서며 한 사람씩 풍선을 달라고 했다. 오랜만에 풍선을 불어서인지 몇 개 안 되는 데도 다 하고 나니 턱이 뻐근해졌다.
시작도 전인데 커피 한잔의 각성효과가 끝나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