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걸음(3)

갈피를 못 잡고 떠다니는

by 복순이

수업을 마치면 커피 한 잔을 더 마셔야겠다 생각하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은 여럿이서 같이 하는 동작을 준비한 터였다. 딴엔 협동심 기르기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꼭 해보고 싶었다.


"여기 한 줄로 서서 풍선을 머리 위로 넘겨볼까요? 뒷사람한테 패스"

풍선을 넘길 때 약간의 효과음도 내보고

일부러 과장해서 상체를 크게 뒤로 젖히며 풍선을 옮겨보기도

뒤에 있는 아이에게 줄듯 말 듯 애를 태우며 몇 차례 왔다 갔다 왕복했다.

이번엔 누워서 풍선을 옮겨보자고 했다. 누운 자세에서 손과 발을 이용해 풍선을 넘겨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누워서 시범을 보이는 사이 까만 피부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가 우는 것을 발견했다.

까불거리며 누우려다 뒤의 벽에 머리를 박은 듯했다. 내가 괜찮냐 물어보자 아이는 서럽다는 듯 더 큰 소리로 울며 아파서 못하겠다 으름장을 놓았다. 그에겐 잠시 쉬라며 달랜 후 다른 아이들과 수업을 계속했다.

누워서 손과 발로 풍선을 옮기는 게 꽤나 힘들었던지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가 말했다.

"요가 수업은 운동이에요." 나는 그의 말이 맞다고 맞장구쳤다.

까만 피부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에게 시선을 돌려 재밌어 보이지 않냐, 같이 해보자고 그를 살살 달래 보지만 아직 서운한 마음이 덜 풀렸는지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되받아쳤다.


아이들이 다리사이에 풍선을 끼우고 콩콩 뛰는 걸 재밌어했던 것 같아 다시 해보자고 했다.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는 풍선이 터질까 겁난다고 말했다. 조심히 뛰면 풍선이 터지지 않으니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리곤 다시 까만 피부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를 향해 아직도 슬프냐고 물었다. 여전히 괜찮지 않다는 그에게 괜찮아지면 말해달라 하니 되려 나에게 수업을 마치길 요구했다. 산만해진 교실을 둘러보며 요가 그만할까 물어보니 그 아이는 마치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그만하자 했다. 시간은 아직 30분이나 남았고 하는 수 없이 잠시 쉬기로 했다.


요가가 아니더라도 풍선을 가지고 놀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 동그랗게 둘러앉아 풍선을 던지며 놀자고 했다. 까만 피부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를 향해 외쳤다. "OO이 받아!" 여전히 서운함이 가시지 않았던지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옆에 앉은 다른 아이가 풍선을 주워 나에게 던졌다. 눈과 얼굴이 동그란 남자아이,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 나 이렇게 셋이서만 풍선을 던지며 재밌게 놀았다.


"이번엔 풍선을 잡지 말고 바로 패스해 볼까요?"라고 말했다.

이리저리 풍선을 툭툭 치면서 놀다가 나는 다시 까만 피부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를 향해 풍선을 툭 건넸다.

"OO이 받아~" 눈과 얼굴이 동그란 남자아이가 달래듯이 말했다.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는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결국 풍선을 받았다.


넷이서 풍선으로 헤딩하며 패스하고

손으로 농구 골대 모양을 만들어 슛을 쏴 보기도 하고

골대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아이들이 던진 풍선을 튕겨내어 그들을 약 올리기도 했다.


우리가 재밌게 놀 때 뒤쪽에서 혼자 풍선을 던지고 놀던 양갈래 머리 소녀가 갑자기 "으으응"하며 큰 소리로 떼를 썼다. 봉사자 어르신에 의하면 풍선을 형광등 위에 얹고 싶다는 거였다. 천장에 높이 매달려 있는 사각형 형광등에 풍선을 얹을 길이 없어 '못한다, 안된다' 타이르자 그녀는 계속해서 떼를 쓰는 방법으로 의사표현을 했다. 몇 차례 실랑이가 이어진 후 그녀는 포기한 듯 다시 머리 위로 풍선을 던졌다.


다시 조용해진 교실, 체력도 아낄 겸 나는 아이들에게 풍선색깔을 선택한 이유를 물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떤 아이는 망고랑 같은 색이라 좋다 했고, 다른 아이는 말하지 않았지만 보라색 옷을 입고 같은 색의 풍선을 들고 있었다.


우리는 풍선으로 장난을 쳤고

양갈래 머리의 소녀는 풍선을 올려달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떼를 썼다.

우리는 풍선싸움을 하며 투닥거렸고

자원봉사자 어르신은 자신을 안아 올려 달라는 양갈래 머리 소녀와 실랑이를 이어갔다.


허공에 떠 있는 풍선처럼 내 몸도 마음도 어딘가에 두둥실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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