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배우는 목표 관리
“진 사장님, 왼쪽 페어웨이 쪽으로 잘 갔습니다. 이 사장님 볼과 가까운 위치로 갔습니다. 홀까지는 120미터 정도 남았습니다.”
진 사장님의 공이 나하고 같은 방향이다. 같이 걸어가면서 담소를 나누기에 좋다.
리앤리 CC, 레이크 코스는 1번 홀이 파 4로 계류를 건너 우측으로 돌아가는 내리막 홀이다. 장타자들은 똑바로 치면 가끔 좌측으로 내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캐디가 설명한다.
앞 핀을 의식해서 그런지, 힘을 너무 뺐는가 보다. 너무 부드러운 스윙이라 거리가 짧다. 110미터 거리를 90미터 밖에 보내지 못하고 오르막 어프로치를 남겨 놓았다.
진 사장님의 샷이 궁금하다.
“언니, 피칭 웨지 주세요.”
역시 고수답게 120미터를 피칭으로 공략한다. 그런데 공은 잘 맞은 것 같은데 역시 조금 짧다. 95미터를 치고 15미터 어프로치를 남겨 놓는다.
‘이상하네! 충분히 온 그린 시킬 수 있는 거리인데 거리가 짧다.’
나는 어프로치를 홀 컵에서 1.5 미터 정도로 붙이고 퍼팅으로 파를 기록하는데, 진 사장님은 어프로치로 홀을 직접 공략한다. 공이 깃대를 스치며 지나간다.
진 사장님도 가볍게 파를 기록하며 동 타를 만든다.
두 번째 홀은 파 4의 왼쪽으로 내리막 홀이다.
“거리가 300미터로 짧은 홀입니다. 210 미터면 물에 빠질 수 있습니다. 넘기려면 240 미터 치면 됩니다. 왼쪽에 벙커를 피해서 약간 오른쪽으로 치시면 됩니다. 오른쪽 페어웨이가 넓습니다.”
나는 3번 우드로 진사장님은 하이브리드로 짧게 잘라간다.
“이 전무님, 오늘 같은 날은 많이 걸어야 합니다. 걸어갈까요?”
다시 진 사장님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며 요즘 사업 얘기와 애들 얘기로 공감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에 진 사장님이 한 말에 갑자기 할 말이 잃게 만든다.
“이 전무님, 저는 요즘 골프 타수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동반자와 함께 하려고 노력합니다. 한창때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하여 그리고 나를 이기기 위하여 타수를 줄이고 좋은 타수를 만들기 위하여 애썼는데, 이제는 목표를 바꿨습니다.”
“그럼, 진 사장님의 목표는 무엇인데요?”
“요즘 제 골프의 목표는 동반자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동반자들을 이기려고 하다 보니까, 한 타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또 제가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골프의 진정한 묘미는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반자와 함께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아, 그래서 내 볼과 같은 방향으로 티 샷을 하는 것인가?’
“진 사장님,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동반자와 함께 하고자 볼을 제가 친 볼 방향으로 치신 것인가요?”
“아, 네. 눈치채셨네요. 오늘은 이 전무님과 더 관계를 쌓고자 합니다. 제가 반대 방향으로 볼을 보내면 이 전무님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같은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반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동반자와 같은 방향으로 티 샷을 하는 진 사장님에게 “나이스 샷”을 외쳐 준다.
“그런데 사장님, 아까 두 번째 샷은 왜 그린에 올리지 않으셨어요? 실수하신 것은 아니죠?”
“전에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동반자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앞서가면 같이 갈 수 없습니다. 동반자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혼자 버디 하면 무슨 소용 있습니까? 지금까지 버디 많이 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샷을 해야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아! 역시 동반자와 함께 가기 위한 배려였네요.”
그룹 회장님께서 오셔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하신 말이 떠오른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150년 된 우리 회사를 다음 150년을 위한 회사로 만들어가기 위하여 여러분과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직원 여러분들이 보여준 높은 성취와 그 열정을 높이 평가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금년에도 두 자릿수 성취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CEO는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인다. 직원들은 박수로 이를 받아들인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같이 가자는 말에 힘이 실려 있다.
우리는 함께 할 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함께 할 때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동기가 부여된다. 같은 방향으로 티 샷을 해야 한 방향을 바라보며 같이 갈 수 있다.
우리에게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것이 고객이다. 고객이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에 대한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하더라고 과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객과 한 방향을 바라보고 같이 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한 방향을 바라보아야 한다. 고객과의 관계가 항상 평탄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고객과 함께 성장한다는 목표가 분명하다면 계속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발레에서 여자 무용수들이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동작인 푸에테를 몇 바퀴 돌지 못했지만, 지금은 32바퀴가 기본이다. 한자리에서 회전하면 어지럽기도 하지만 훌륭한 무용수들은 회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무용수들은 한 곳을 목표로 하여 그곳에 점을 찍고 빨리 머리를 돌려 목표로 하는 점을 바라보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고 계속 회전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목표를 바라보면 쓰러지지 않는다.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바라보면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전해줄 수 있다. 더 나은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도 시작될 것이다.
진사장님이 골프의 방향과 고객의 소리에 대한 이해를 정리해 준다.
“이 전무님, 동반자와 함께 한 목표를 바라보며 갈 수 있도록 하려면, 우선 드라이버 샷을 잘 쳐야 합니다. 드라이버 샷을 잘 칠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원하는 방향으로 볼을 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걸으며 고객의 소리도 듣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끔가다 저보다 골프 실력이 떨어지는 동반자에게는 원 포인트 레슨도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동반자의 실력도 늘고, 또 실력이 늘면 다음에 다시 좀 더 쉽게 한 방향으로 볼을 칠 수 있게 되지요.”
“진 사장님, 저도 한 수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한 방향을 바라보자.
'굿 샷'은 가운데 똑바로 친 볼이 아니고,
고객과 같은 방향으로 친 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