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이거 쓰세요.”
따뜻하다. 이미 열을 내고 있는 일회용 손 난로를 하나씩 나누어 주는 캐디에게 감동을 한다.
“김 캐디만 이렇게 준비해 주나요? 아니면 다른 캐디들도 다 이렇게 미리 예열해서 주는 건가요?"
“아~! 모든 캐디가 회사에서 교육받은 대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여주 CC가 명문 골프장이라고 하더니 명불허전입니다.”
각자 한 마디씩 하면서 티로 이동한다.
정 사장이 매트에 티를 꼽으며 캐디에게 한마디 한다.
“김 캐디, 신라 CC는 이중 매트를 쓰기 때문에 얼어 있는 매트에서 티를 꼽기가 수월해요.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아~그래요? 이중 매트는 티 꽂기가 쉬운가 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희 사장님에게 벤치마킹하러 신라 CC에 다녀오시라고 해야겠어요!”
‘이거 봐라, 캐디가 벤치마킹이라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사장님과 쉽게 소통이 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에 이 골프장이 다시 보인다.
“김 캐디, 사장님이 벤치마킹을 강조하시는가 봅니다.”
“네, 우리 사장님은 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말고 다른 골프장보다 더 나은 서비스와 감동을 주기를 강조합니다. 모든 캐디들이 사장님의 경영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캐디 참 똑똑하다. 아니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벤치마킹을 해 볼 만한 골프장이고 서비스 정신이다.
그늘집을 지나가는데 김 캐디가 조그만 봉투를 하나 들고 온다.
캐디가 전해주는 봉투를 열어 보니 미니 붕어빵이 담겨있다. 생각지도 못한 미니 붕어빵이 골프장에 대한 만족 지수를 확 끌어올린다.
“김 캐디, 최고예요! 우리는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교육과 지시를 받았겠지만 그 매뉴얼에 따라 고객에게 서비스를 해주는 이곳의 캐디 시스템은 정말 벤치마킹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벤치마킹’이란 사전적 의미로 경쟁적 제고를 위하여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 조직, 사람, 제품, 시스템 또는 프로세스 등을 분석하여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최고의 클래스와 비교하고 분석하여 내부 개선 기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벤치마킹은 미국의 제록스사가 경쟁기업들과의 경쟁을 이기기 위하여 그들의 경영전략에 활용하면서 대중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경영 프로세스이기도 하다.
이제 이 벤치마킹은 캐디도 사용하는 일반적인 절차가 되어 버렸다. 이 골프장은 다른 골프장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고객 만족은 어떠한지를 지표로 삼고 계속 개선하려고 한다.
“우리 사장님은 벤치마킹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우리 골프장보다 더 나은 골프장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배우시려고 합니다."
"대단하시네요."
"그리고 더 나은 서비스나 시스템을 배워오시면 우리들이 충분히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킵니다. 그래서 신입이나 경력이나 모든 캐디가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벤치마킹으로 배워 온 것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이다.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 줌으로써 개선이 시작되고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많은 사람이 벤치마킹에서 배워온 것을 교육을 통해 전달받고, 자신에게 적용하다 보면 배운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기대한다. 이것이 벤치마킹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골프 채널을 보다 보니, 티칭 프로가 모방에 대하여 설명한다.
“바둑을 처음 두다 보면 고수를 따라서 행마를 하게 되고 하나씩 하나씩 따라서 두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올라가게 되는 것처럼, 공을 잘 치는 사람을 따라서 연습하고 라운딩을 하다 보면, 고수의 자세와 샷을 나도 모르게 따라서 하게 됩니다. 이 따라 하기가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라고 역설한다.
나도 동반자들 가운데 드라이버 샷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눈길이 간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자세와 스윙 폼을 따라서 하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러다 나에게 맞는 무엇인가가 몸에 체득되는 순간 ‘그래 이거다.’라고 속으로 탄성을 지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벤치마킹을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벤치마킹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하여 보통 다섯 단계의 프로세스를 갖는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을 벤치마킹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로는 누가 이 벤치마킹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보통은 팀으로 운영하지만 상황에 따라 개인이 할 수도 있다.
세 번째 단계는 벤치마킹의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이다. 즉 어느 기업의 누구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가를 정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의 관련자나 보고서 그리고 컨설팅 회사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네 번째 단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야 한다. 자료를 각 항목별로 분석하여 현재 회사의 위치를 확인하면, 경쟁력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핵심 영역이 확인된다.
벤치마킹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는 실행하는 것이다.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벤치마킹은 일시적이거나 일회성 프로세스가 아니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프로세스이어야 한다.
모방을 통한 벤치마킹으로 나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리고 어중간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본래 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보다 타협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 주의하여야 한다.
정확한 프로의 가르침 없이 다른 사람의 자세와 스윙 폼을 보고 배우는 경우에는 잘못된 정보와 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벤치마킹 대상일 수 있음에 주의하여야 한다.
나를 제대로 알고 벤치마킹을 하여야 한다.
벤치마킹의 목표가 분명하지 못하면 타협적인 결과에 만족할 수 있고 벤치마킹의 원래 목표인 최고의 클래스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CEO부터 캐디까지 한 목소리로 벤치마킹을 말할 수 있는 조직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아울러 ‘사장님에게 벤치마킹하러 다녀오시라고 해야겠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캐디도 많지 않을 것 같다.
고객의 목소리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의상달하는 조직의 미래가 궁금하다.
다음에 또 가 보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까 하는 기대감이 밀려온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 조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항상 움직이고 벤치마킹이 살아있는 조직의 모습을 보고 싶다.
물어보고 싶다.
우리 조직은 무엇을 벤치마킹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벤치마킹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