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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Jul 19. 2022

더블 부킹이요?

골프에서 배우는 학습 관리

  어제부터 내리는 비가 여전히 가느다란 빗줄기로 남아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빗방울이 보이지 않았는데,서울 이남으로 내려 갈수록 빗방울이 굵어진다.


 “예약자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조상구입니다. 6시 57분에 예약하였습니다”


 "조상구 씨로 예약된 팀은 벌써 다 등록하고 올라가셨는데요?”


 “박 전무님, 여기 프런트 데스크인데요. 조상구 씨로 예약된 팀이 벌써 다 등록하고 입장했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네요.”


 “네? 제가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식사를 하다 말고 박 전무가 내려와서 프런트 데스크에 있는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데 입장 불가라고 하는 것 같다. 박 전무도 황당한 표정이다. 전화기를 꺼내 들더니 예약을 대행해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거는데, ‘미안하다’는 얘기고 ‘더블 부킹이 되어서 어쩔 수 없다’라는 얘기다.


 전부 가방을 들고 돌아 나오는데 얼굴빛이 좋지 않다. 며칠을 기다리다 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속이 상한다. 백이 다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신 상무가 말을 잇는다.


 “이거 고객을 초청하는 자리였으면 참 낭패 볼 뻔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끼리니깐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지만 고객 접대를 이렇게 했으면 큰 실례가 될 뻔했습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피앤지에 입사해서 처음으로 사장님께 영문으로 기안서를 올렸을 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뜨거워진다. 외국인 사장님께 새로운 복리후생제도 시행에 관한 안건을 올렸는데 그 문서가 다시 수정되어 내려왔다. 그런데 그 문서가 온통 빨간색이다.


 ‘오 마이 갓.’


 외국인 사장님이 문서의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빨간색 펜으로 전부 긋고, 오자 그리고 탈자를 수정하고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까지 온통 바꿔서 다시 내려 보내 주었다.


 나름 영어 좀 한다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처음 작성한 문서를 그냥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푸르프 리딩도 안 하고 내용에 대한 재고도 없이 작성하자마자 그냥 결재를 올려 버린 나 자신을 보면서 참 많이 반성한 시간이었다.


 그날 이후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무리 바쁘더라도 보내기 전에 반드시 검토를 해서 보내게 되었고, 모든 일을 마무리하기 전에 다시 한번 처음부터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수는 할 수 있다.


 실수의 반복은 신뢰를 떨어뜨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생각한다면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실수로부터 더 나아지는 기회를 발견한다면, 그 실수는 배움의 기회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실패가 된다.


 고객은 우리를 계속 용서하고 계속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의 실패를 용납해 주기에는 경영환경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고 있는 중간에 전화가 온다.


 “이 전무님, 박 전무입니다. 오늘 정말 결례를 범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저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박 전무님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건 자신의 실수라기보다 예약한 매니저의 실수인데 그 자신이 책임을 통감한다.


 “박 전무님, 괜찮습니다. 올림픽 CC에 자리가 있어서 조인하기로 했으니 마음 쓰지 마세요. 다음에 멋진 샷 기대하겠습니다.”


 그래도 박 전무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전화를 해서 고객의 마음을 위로해 줄 줄 아는 분이다. 다음에는 절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인하기로 한 올림픽 CC에 도착해서 팀 카트로 가니 캐디가 반갑게 맞는다.


 “이사장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엥, 이 캐디가 나를 어떻게 알지?’


 이전에 몇 번 오기는 했지만 나를 기억해 주는 캐디가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물어본다.


“캐디님, 어떻게 저를 알아보세요?”


“사장님, 다 알죠. 전에 제가 실수로 사장님 성함과 다른 사장님 성함을 바꿔서 스코어카드를 기록했던 일이 있었는데 기억 못 하시네요. 제가 실수한 분들은 다 기록해 놓거든요. 오신 지 좀 되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뜸하셨어요?”


 “아, 그래요. 그렇게라도 기억해 주니 기분은 좋네요.”


 자신이 실수한 것을 기록해 놓고 그 고객이 다시 찾았을 때 반갑게 인사하는 캐디가 있는 골프장이라면 다시 가 보고 싶을 것 같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 감동은 올림픽 CC의 캐디가 자신이 실수한 고객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고객이 실수를 실수로 보아주었을 때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고객에게 공급해 주는 회사가 고객 감동을 이끌어 낸다.


 ‘똑같은 실수는 절대 하지 않는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지 않은가?’

 "박 전무님. 앞으로 더블 부킹은 다시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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