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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Aug 06. 2022

당근과 채찍

골프에서 배우는 목표 관리


   오늘은 상반기 마지막 정기모임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라운딩을 한다.


   우리의 위대한 경기위원장께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 오늘 진행할 게임 룰을 발표한다.


   "오늘 경기는 짝수반 대 홀수반으로 한다. 각자 이만 원씩 내고 이긴 팀이 상금을 가져가도록 하겠다."


   각 팀의 핸디 총합을 보니 양쪽이 비슷비슷하다.


   각 팀의 우승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역시 골프는 내기를 해야 더 재미있다.'


   전반 여섯 홀이 지나가고 있다. 카트에서 다른 팀들의 경기 내용을 보니 거의 박빙이다. 예상대로 우리 팀만 잘 치면 될 것 같은데 김 회장과 내 스코어 자기 핸디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비슷하게 치는데 상대방이 더 잘 치고 있다. 오늘 박 프로의 스코어가 평소보다 좋다. 여섯 홀에서 우리보다 2타를 앞서고 있다.


   "박 프로, 뭔 일여? 오늘 왜 이렇게. 잘 치는가? 오비도 하나 없고 퍼팅도 실수가 없네. 좋아하는 막걸리도 안 먹고. 허 참~."


   우리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우리가 못하는 게 아닌데 상대편인 박 프로가 잘한다.




  우리가 현상을 유지하고 있어도 조금만 방심하면 경쟁자들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가격을 가지고 우리를 시장에서 밀어내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또는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활동이 경쟁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기업구조조정으로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게 해당 사업을 매각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후반 세 홀을 남겨놓고 전체 스코어카드를 보니 짝수팀 선수들의 스코어가 더 좋아. 보인다.


   "아니, 저 오프로는 스코어가 왜 저래?"


   "그러게. 지금 한 10타는 더 치고 있는 것 같은데?"


   평소에 80대 후반 치는 친구가 9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다.


   "아까 나인홀 마치고 막걸리 많이 마시더라. 오늘 게임은 졌네. 에이~"


   김 회장은 아쉬운 듯 에이 소리를 연발한다.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경기위원장이 오늘 경기 결과를 발표한다.


   "오늘 우승팀은 짝수반 팀입니다. 홀수반 스코어는 925, 짝수반 스코어는 917입니다."


   오프로는 혼자 7타를 더 쳐서 패배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긴 팀에게 이만 원씩 드리겠습니다. 회장님께서 시상하겠습니다."


   배가 아프다. 내 핸디는 유지했지만 더 잘 치지 못했고 졌다는 생각에 자존심도 상처받는다. 자기 핸디보다 한 타 더 줄인 김 회장은 오 프로를 보며 구시렁거린다.


   "내가 오프로 막걸리 먹을 때 알아봤어. 에이~"

  



   회사에서 개인별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 달성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해서 지급한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목표로 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목표 달성을 못한 경우는 그 원인을 파악하여야 한다.


   이번에는 달성하지 못하였지만 다음에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분석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오늘은 드라이버 실수가 전후반 두 번씩 나왔다. 그동안 연습 한번 하지 않은 결과이다. 가끔은 내 샷을 점검해야 한다.


   오프로의 막걸리 과음도 원인의 하나이다. 우리 팀 짝수 조의 박 프로는 평소에 좋아하는 막걸리를 한잔도 마시지 않았다.


   게임 패인의 원인을 어느 한 가지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가능한 다양한 분석을 통해 다음을 향한 모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환경이 바뀌어도 이겨낼 수 있는 신기술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절감 그리고 각 개인이 설정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와 실행이 중요하다.


   "오늘 게임하느라 모두 수고했습니다. 오늘은 상반기 결산이라 개인별 핸디에 대한 특별시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위원장은 천 원짜리 신권으로 꽉 찬 봉투 두 개를 꺼내 놓는다.


   골프 모임에 가입하고부터 지난달까지의 평균 핸디와 오늘 친 타수를 비교하여 타수를 줄였으면 타당 이천 원을 상금으로 주고 반대로 핸디보다 더 많이  우는 타당 이천 원을 벌금으로 내게 한다.


   확실한 당근과 채찍이다.


   자비로 상금을 준비하고 그것도 빳빳한 천 원짜리 신권으로 준비해온 경기위원장이 참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프로는 오늘 짝수팀 우승의 견인차였습니다. 평균 핸디 103개에서 오늘 95타를 쳤습니다. 8타를 줄였습니다. 만 육천 원 지급해 주세요."


   목표 설정은 달성 가능성이 있어야 당근이 된다. 한 타라도 줄이면 이천 원을 받을 수 있다는 목표는 쉽게 도전하고 달성하게 만든다.


   목표가 너무 높으면 조직의 반발을 사게 되고 동기부여가 되기보다 포기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너무 쉬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적당한 긴장감을 주지 못해 도전의식을 갖지 못하게 하니 유의하여야 한다.


   "나는 경기위원장으로서 우리 친구들의 골프 실력이 계속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핸디에서 한 타 줄이기는 좋은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골프에서 핸디에서 한 타를 줄인다는 것이 쉽다고 할 수 있지만 또한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한 타만 줄여보자."


   "핸디에서 한 타만 줄이자."


   "이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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