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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마표류기 Sep 27. 2021

말 사귀기 23

37. 내 뱃살도 쓸데가 있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마사회 소속 전재식 감독님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차에 비유하면 기승자의 다리는 속도를 내는 액셀러레이터, 주먹과 고삐는 브레이크다. 더 섬세한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체중을 이용해야 한다.”


제가 승마를 처음 배우고 1년 동안은 다리와 주먹, 고삐의 사용법만 알았습니다. 초보자이기 때문에 단순 동작을 암기해서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초보자용 말은 이 3가지 부조만 가지고도 정확하게 가고 또 멈췄습니다. 하지만 말을 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위의 컨트롤 방법 이외에 조금씩 나의 체중을 이용해 말에게 큰 움직임을 부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완벽하게 익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손과 발, 고삐를 자유자재로 쓰거나 음성, 박차 등의 다른 부조에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기승자는 체중을 이용해서 말을 컨트롤하는 여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많이 탈수록’이라는 전제가 붙는데, 기좌가 안정되어 몸이 말에 고정될 수 있어야 하고 말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을 타고 여러 가지 동작을 해 봄으로써, 예를 들어 몸을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숙이는 정도에 따라 말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게 한 예입니다. 자전거 탈 때 페달 외에도 앞으로 더 숙이면 더 빨리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또한 어려운 말이지만 몸 전체로 밀어주거나 혹은 리듬에 완전히 맞추거나 약간 엇박자로 맞추면서 속도를 내거나 반대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즉 말을 타면 탈수록 몸의 각 부분들이 말에게 섬세하게 작용해 기승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전재식 감독님은 “이러한 섬세함이 기승자의 동작은 작게 만들고 반대로 말의 동작은 크게 만든다”라고 했습니다. 기승자의 섬세한 동작들이 모여 말이 정확한 동작을 하게끔 만들고, 초급 승마에서 고급 승마로 가게 하는 원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오늘부터 뱃살을 잘 활용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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