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마표류기 Oct 10. 2021

승마 지식편집실 5

44. 플랜 B


개인적으로 말은 몸 풀어 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안전사고도 줄일 수 있고 보다 고급 기술을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PLAN A가 조마삭입니다. 줄을 굴레에 걸고 말을 가볍게 운동시키는 겁니다. 하지만 간혹 PLAN A를 하려고 했는데 다른 방법으로 시도했다가 예상치 못한 다른 방향을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실패하였더라도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대가가 따를 수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남다른 방식으로 산다는 것에 큰 용기가 필요하듯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번쯤은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일주일 정도 사정이 있어서 기승을 못 했습니다. 날씨까지 갑자기 추워져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마장으로 향합니다. 마장 가는 길이 스산하기만 합니다. 항상 이 길은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들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잎사귀 하나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무성합니다. 마방에 들어서니 일주일 동안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말이 나를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짓습니다. '참, 너란 녀석!'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수장 후 마장으로 나갔을 때 녀석에게 힘이 꽉 차있어 흥분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 침착하려고 노력하니 말도 그걸 아는지 침착해집니다.

제가 이 녀석을 모르는 초짜였다면 서로 흥분해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스스로 생각해도 요즘 깡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보통 오랫동안 쉬면 조마삭을 시키지만 오늘은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정석은 조마삭입니다.) 예전에 전재식 감독님이 너무 오래 쉰 말을 조마삭 돌리면 더욱 날뛸 수도 있으니 기승자가 타서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어 보라고 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석은 아니고, 기승자가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선호합니다. 왜냐면 조마삭이란 사람이 기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단히 몸을 풀기 위한 수단인데 가능하면 기승자가 타고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랫동안 쉰 말에 기승하여 몸을 풀어주려면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고,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스트레칭이 안 된 말은 위험할 수 있기에 허리보호대 등의 안전장비를 착용합니다. 딱 30분 걸렸습니다. 처음 30분 동안은 나를 간 보기도 하고, 몸이 안 풀려 있어 이리저리 튀었지만 점점 녀석의 몸에서 땀이 납니다. 중간중간 속보, 평보를 섞어서 몸을 스트레칭시켜 줍니다. 다양한 방향으로 원을 그려가고 속도에 변화를 주면서 운동을 하니 점점 얌전해집니다. 몸이 점점 부드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 방법이 시간도 줄이고 저한테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하나 깨닫습니다. 나만의 노하우를 쌓아가는 재미 정말 매력적입니다.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기분 좋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이전 04화 승마 지식 편집실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