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너와 나의운동 고리- 조마삭(調馬索)
조마삭(調馬索) : 약 6m 길이의 줄을 말 두부에 고정시키고 이 줄을 반경으로 한 원의 둘레를 말이 걷게 하는 도구. 말의 조교 또는 초심자 교육에 이용된다.(네이버 사전)
보통 조마삭이라고 부르는 원형 운동은 말이 오랫동안 쉬었을 때 몸을 풀어주기 위해서 합니다. 우리가 마라톤이나 힘든 운동을 하기 전에 몸을 풀어주기 위한 준비운동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듯합니다. 물론 말의 스트레칭은 물론이고 말을 조련하거나 초급자를 가르칠 때도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그래서 보통 휴무일에 쉰 후 처음 타는 날에는 꼭 조마삭을 돌리곤 합니다. 조마삭을 돌리면서 말이 잘 걷는지, 혹시 한쪽으로 기울어지진 않았는지 등을 관찰하며 말의 걸음걸이를 확인할 수 있고, 말에 따라 음성 부조를 통해 기승자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좌우로 방향을 바꿔 돌려보기도 하고 평보, 속보, 구보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몸을 풀어주곤 합니다.
처음 조마삭을 배울 때는 생소하기도 하고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웬만큼 안정성이 확보된 말로 훈련해야 하며 반드시 교관님과 함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조마삭은 7~8m의 긴 조마삭 끈을 이용해 말이 원을 돌게 하면서 기본 운동을 하게 하는 것인데, 위에서 봤을 때 기승자가 꼭짓점, 말이 밑변인 이등변 삼각형이 되도록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론은 그렇지만 말은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돌리다 보면 많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교관님이 알려준 대로 멈출 땐 ‘워워’, 속도를 높일 땐 ‘쯧쯧’ 하고 혓소리를 내봅니다. 톤이 높은 소리를 단계적으로 내면 훈련이 잘된 말은 평보, 속보, 구보를 단계별로 하게 되고, 반대로 ‘워워’ 등으로 낮은 소리를 내거나 고삐를 기승자 쪽으로 더 당기면 말이 속도를 줄입니다. 다시 고삐를 풀어주면 말의 행동반경이 넓어져 속도 내기가 더 쉬워집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와의 대화에 말이 말을 들으면 만족감이 상당합니다.
조마삭을 할 때는 1m가 넘는 긴 채찍을 사용하는데, 때리기 위한 게 아니라 저를 보호하고 말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간혹, 말이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갑자기 달려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훈련이 잘된 말의 경우 채찍으로 말의 무릎이나 다리 쪽을 가리키면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반대로 채찍을 내리거나 안 보이게 하면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기승할 때 채찍을 사용하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만약 안되면 이 훈련을 반복적으로 해서 습관화시켜야 합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부조(말을 움직이게 하는 자극 등)를 습관화시키는 것이 말과의 소통에 필수적입니다. 이등변 삼각형 공간을 만들기 위해 기승자는 말을 밑변으로 봤을 때 말의 중간에 위치해야 합니다. 최대한 서두르지 말고, 채찍은 보통 말의 어깨 부위를 가리키면서 운동을 시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머리가 생각해야 하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조마삭에 익숙해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말은 살아있는 동물이고, 순간적으로 달라지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합니다. 예전에 마방에 오래 갇혀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말을 데리고 나와 조마삭을 돌린 적이 있습니다. 뭐에 놀랐는지 운동을 하던 중 갑자기 녀석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무섭고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조마삭 끈을 당겨버렸습니다. 원래는 말의 발걸음에 따라 조마삭 끈의 길이를 늘려주고 또 풀어줘야 하는데 당겨진 끈에 연결된 재갈이 더더욱 아프게 했는지 진정이 안되었습니다. 다행히 그 당시엔 힘으로 버텼지만 만약 조마삭 끈을 놓치기라도 했다면 말이 달려 나가다 끈에 걸려 넘어지거나 미끄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말을 홀로 내버려 두지 말고, 기승자가 평소에 부지런히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조마삭이지만 여러분들이 말과 함께 더 잘 소통하려면 재미있고 매력도 있는 훈련법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 아씨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