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을 자고 느지막하게 일어나 식당으로 내려갔다. 다른 투숙객들은 일찍 먹었는지 한산했다.
음식이 완전 내 취향이라 아주 맛있게 먹었다. 특히 정장 차림의 여직원 서비스가 수준급이었다.
동화나라 같은 브뤼허에서 기차를 타고 벨기에 수도 브뤼셀로 왔다.
건물들이 너무 예뻤고 역 바로 옆에 커다란 공원이 있었다.
우리나라로서는 있을 수 없어 신기하고 부러웠다.
벨기에 왕(1909년-1934년)을 역임했던 알베르 1세 동상이 있는 예술의 언덕.
이곳에서 벨기에 시내를 감상하면 특별히 그윽하단다.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거리 구경에 팔려 까맣게 잊었던 같다.
"여기가 오늘의 목적지 벨기에 왕립 미술관이에요."
"어, 그런데 왜 일본 국기랑 중국 국기만 있냐?"
우리나라 국기가 걸려있지 않아 무척 속 상했다.
정문 가까이 갔을 때 바로 저거야! 하고 탄성을 질렀다.
우리나라 국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벨기에 왕립 미술관 전경
태극기 달려 있지 않은 것에 격분해서 사진도 찍지 못했다.
미술관 전경 사진 출처 : Tripadvisor EASY & BooKS
흐뭇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부로 들어갔다.
대리석 계단이 있는 전시장 입구
오리엔탈 풍 벽이 예뻐서 한참 서있었다. 원래 오리엔탈이란 단어는 미국과 서양에서 아시아인들을 모욕적으로 낮게 폄하는 말이었다. 17-18세기 유럽 왕족과 귀족들이 중국 도자기와 비단, 가구, 차에 매료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동양 문화를 재평가하면서 동양적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와 쌍벽을 이루는 초현실주의 화가 벨기에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그림과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소장작품 검색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가이드 북도 없어 작품 제목과 작가가 확실치 않아 아쉽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억 소리 나게 놀랐다.
엘리베이터 한쪽에 고급 의자가 다섯 개씩 열 개나 있는 초대형이었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여전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영국 신사하면 연상되는 우산!
아, 유럽 날씨 참.
한적한 뒷길로 접어들었다.
브뤼셀 중심가 있는 유럽에서 가장 큰 아케이드 쇼핑몰.
지나치다 싶을 만큼 화려하게 꾸민 초콜릿 가게.
벨기에는 초콜릿이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딸은 이 가게에서만 살 수 있다며 한아름 안겨줬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며 걷고 있는데 눈길을 확 끌어당기는 식당이 있었다.
브뤼셀에서 만난 우리말과 우리 음식!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조선시대 사또 모자도 걸려 있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 신뢰가 갔다.
그런데 어째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좀! 게다가 여기저기 일본 인형과 술병도 있어 기분 나빴다. 도대체 이 식당 정체성이 뭐야? 김치의 집이라는 간판만 보고 우리 동포가 브뤼셀까지 진출했구나 싶어 반가웠었는데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주문을 받으러 온 아가씨, 주인, 주방장은 모두 중국인이었다.
딸이 시킨 제육볶음밥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음식이라 김치볶음밥을 시켰다.
이미 실망해서 그런지 맛이 하나도 없었다.
이 식당으로 인해 김치 명성이 추락할 것 같아 안타까웠다.
브뤼셀 역 벽에 그려진 그림 1
브뤼셀 역 벽에 그려진 그림 2
기차가 네덜란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엄마, 지금 지나는 곳이 엔트워프예요."
'플란더스의 개' 그림이 있는 성당이 있어 유명하다며 딸이 말했다.
"다음에 네덜란드에 오면 꼭 같아 가봐요."
그러자고 했지만 네덜란드에 또 오긴 어럽지 싶었다.
일상에 지친 우리를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스머프의 나라.
벨기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