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기다려 네덜란드

26. 스머프의 나라

by 글마중 김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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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머프의 나라 벨기에 -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벨기에 수도 브뤼셀까지 왔다.

브뤼셀에서 기차를 바꿔 타고 자그마한 중세 도시 브뤼허로 왔다

브뤼허는 북부의 베네치아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 브뤼허 역 전경 -


인구 11만 정도의 작은 도시라 택시 타고 얼마 되지 않아 호텔에 도착했다.

분명히 호텔이라고 들었는데 출입 문이 일반 주택과 똑같아 아주 잠깐 잘못 온 거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 호텔 문 앞-

네이비 색 출입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 밖으로 공들여 꾸민 실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운터 주변에 볼거리가 너무 많았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들어갔다.

육중한 이 문 또한 범상치 않았다.

'복'자가 있는 걸 보니 오래된 중국 대문인 듯

약간 어긋나 있고 무거울 것 같아 힘껏 열었다.

생각 밖으로 쉽게 열렸는데 옷장이었다.


엔틱 가구와 소품으로 꾸며진 실내는 천년 전 공주들이 살던 곳 같았다.

이래서 숨겨진 호텔이라는 별칭이 붙은 모양이다.

모든 것 중에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벽난로였다.

두 번째는 청동 욕조!

창밖으로 정원이 내려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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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다 말고 정원 구경부터 하기로 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지극히 평온했다.

아름다운 풍경과 오리 세 마리의 힘이 그토록 크다니


호텔을 나와 골목을 따라 걸었다.

귀여운 스머프가 건물 난간에 매달려 놀고 있을 것 같은 조용한 역사를 품은 골목이었다.

개구쟁이 스머프는 벨기에 작가 피에르 컬리포드가 만든 만화 캐릭터다.

딸 어릴 때 TV로 즐겨봤던 터라 공감할 수 있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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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걷지 않았는데 마르크트 광장이 나왔다.

디즈니랜드의 작은 성 같은 브뤼허 시청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1421년에 고딕 양식 기법으로 지어진 시청사는 관광객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다.

중앙 광장 한쪽에는 1595년에 만들어진 분수대가 있었다.

마차 여러 대가 마르크트 광장에서 출발해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왔다.

중세 건축물과 마차가 있으니까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았다.

딸이 특별히 좋아하는 길드 하우스(상인 조합 하우스).

길드는 중세 시대 때 상공업자들이 만든 상호 부조적인 동업 조합을 뜻한다고.

지나가다 아름다워서 찍고 보니 여기도 길드 하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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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 깔끔하고 굉장히 귀엽다.

브뤼허 구시가지는 중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전통적인 레이스 산업과 관광 산업이 발달했다.

운하가 있고 유람선이 다녔다.

브뤼허에 단 한 채 남아있는 목조 주택.

지은 지 천년이 넘었다고 했다.

낡은 집이 저토록 아름답다니!

벨기에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고 했다.

홍합탕과 감자튀김이었다.

생선 가시도 부러트리지 않으니 제법 훌륭한 작품 같다.

규모는 작았지만 친절하고 분위기가 아주 좋은 식당이었다.

돌조각 붙인 벽과 그림과 조명의 조화가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몇 백 년 전 길드 하우스 앞 풍경을 세밀하게 그린 그림에 홀딱 반했다.


밖으로 나오니 마르크트 광장은 아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밤이 되어 더 예뻐진 길드하우스로 들어갔다.

딸은 맥주를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술을 즐겼더라면 공감대 폭이 훨씬 더 넓었을 텐데

공유하지 못한 부분만큼 딸이 외로울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이 짠했다.


그냥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두고두고 후회할까 봐 청동 욕조에서 귀부인처럼 목욕을 했다.

벽난로가 있는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방.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요정 같은 딸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속으로 말했다. 잘 자. 좋은 꿈 꿔.

자는 줄 알았던 딸이 말했다. 엄마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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