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사롭지 않은 식탁 -
아침에 눈을 뜨니 또 비가 내렸다.
날씨가 변화무쌍한 걸 보니 네덜란드와 비슷하다.
호텔을 나서니 비가 그쳤다.
무게감 있는 건물을 보며 기분 좋게 걸었다.
"오늘 아침은 여기서 먹을 거예요. 들어가요, 엄마.”
- 포 시즌 호텔 -
- 라운지에 전시된 액세서리 -
- 포 시즌 호텔 르 생크 식당 -
미슐랭 3 스타라 그런지 분위기가 식당이라기보다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같았다.
또 서울 구경 처음 나선 시골주가 되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초록 중정에 체리 핑크빛 꽃이 피어 조화롭다.
- 카운터 뒤에 놓인 독특한 작품 -
- 그림과 걸맞은 중세 자개 가구와 고급 시계 -
이 식당도 화장실이 2층에 있고 복도 벽에 그림이 걸려 있다.
- 품격 높은 화장실 -
딸은 커피. 카페인을 피하는 나는 캐모마일을 마셨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식사를 여유롭게 했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택시를 타고 센 강을 건너며 뒤를 돌아보았다.
- 안녕, 에펠탑. 안녕, 모스크 닮은 교회. 안녕, 센강!
자동차를 빌리기 위해 여행사를 방문했다.
딸이 운전해서 여기저기 다닌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반납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럽은 여행하기 참 좋다고 감탄을 거듭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여행사마다 문이 닫혀 있었다.
영업하는 여행사를 검색해 찾아 헤매다 보니 어느덧 개선문 근처까지 왔다.
여행사 문이 열려 있어 반갑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프랑스를 벗어나면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며 딸이 크게 상심했다.
나한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주려고 단단해 계획했을 텐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그건 그렇고 축제 같던 샹젤리제 거리가 어제와는 사뭇 달랐다.
“어머나, 분위기가 왜 이렇다니?”
국기가 무수히 걸린 거리에는 완전 무장한 경찰들이 장총을 높이 들고 이리저리 겨누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설마 전쟁난 건 아니겠지?”
딸은 여행사 검색에 몰두해 있어 내 말을 듣지 못했다.
그때 개선문 쪽에서 군악대의 요란한 북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경쾌한 행진곡이 들리자 딸이 고개를 번쩍 들며 소리쳤다.
"엄마 저기 봐. 와 대박이다, 대박!"
우리 앞에서 멈춘 의장대 행렬
곧 해산 명령이 내려졌다.
모자가 독특했다.
행진할 때는 그토록 씩씩했는데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군인들은 청소년이나 다름없어 귀여웠다.
프랑스의 5월 8일은 승전기념일로 공휴일이었다.
매년 개선문에서는 대통령 참석하에 기념식을 하고 군사 퍼레이드를 펼쳤다.
여행사가 쉬지 않았으면 놓쳤을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런 경우를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겠다.
딸은 자동차 빌리는 것을 포기하고 택시를 탔다.
우회한 택시가 개선문 옆을 지나갔다.
안녕, 개선문!
중세와 21세기가 공존하며 유행을 탄생시키고 선도하는 도시. 파리!
노드 역 앞은 여전히 혼잡했지만 첫날의 실망은 간데없고 아름다운 이 도시가 잘 지켜지기를 바랐다.
역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노선 안내 전광판 글자가 금방 지나가버려 우왕좌왕 난리법석이었다.
이런 곳에 혼자 남겨지면 영어도 못하고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딸 뒤를 바짝 쫓아갔다.
브뤼셀행 기차를 탔다.
꿈에 그리던 2층 기차였다.
하지만 타고 보니 유리가 곡면이라 사진이 예쁘게 찍히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