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지난 일 1
사진 출처 : 고은별 인스타그램
10년 전 대전시 부속 교육원 미용사 자격증반에 근무할 때였다. 예산부족으로 몇 년간 계속 미루던 시장 배 미용 경연대회가 오랜만에 열렸다. 참가 의사를 타진한 결과 수강생 30명 중 커트 두 명, 퍼머넌트 한 명, 핑거 웨이브 3명이 지원했다. 미용반은 거의 주부였지만 배우는 과정이라 학생부로 출전한다.
자격증반에서 5개월 정도 공부한 수강생들은 아직 미용 작품세계는 모른다. 뜻밖이겠지만 전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나는 커트 선수 둘에게 작품 색에 대해 구상하는 바를 자세히 듣고 이견을 조율했다. 예상대로 최신 컬러를 구현하고 싶어 했다. 작품 색이 결정되자 인조 가발에 커트 연습을 하면서 대회용 가발을 구매해 탈색- 탈색-탈색-부분염색-재염색해 상상하던 색을 완성했다.
창작 퍼머넌트 둘, 핑거 웨이브 작품 둘은 디자인이 겹치지 않도록 하면서 고난도 형태를 내가 직접 시술해 보고 선택하게 했다.
다섯 선수는 밤늦게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소문을 들은 원장과 팀장이 수시로 들여다보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용대회가 끝나고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원장실 직원이 왔다.
“선생님, 수상자와 함께 원장실로 오시랍니다.”
상장과 메달을 든 수상자들과 원장실로 갔다. 원장실에는 지방기능대회 한복 부문 금상 수상자가 먼저 와 있었다. 원장과 팀장은 유럽 여행권을 부상으로 받은 한복 반 선수를 축하하느라 미용 반은 본체도 하지 않았다. 기능대회는 산업 인력 관리공단 주관이고 교육원은 시청 직속 기관으로 시장 배 수상을 더 크게 축하해야 마땅했다. 시장에게 직접 축하 인사 듣는 자리를 마련하지 못할망정 이게 뭐란 말인가?
차라리 자리를 따로 마련하던가!
기분이 몹시 상했다.
존경하던 전임 김 원장님 생각이 절로 났다.
시장 배에서 금메달 한 개, 은메달 세 개, 동메달 한 개로 개원 이래 최초로 교육원을 빛낸 수상자들도 금방 시무룩해졌다.
팀장이 사진기를 들고 수선을 떨었다.
“ 강사님 두 분은 원장님 양쪽에 앉고 수상하신 분들은 뒤로 서세요. 이거 신문사에 보낼 거라 잘 찍어야 합니다. 다 같이 활짝 웃으세요. 치 – 즈!”
그때 억지웃음을 띄웠던 수상자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