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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발 Oct 29. 2024

여기, 행복

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성당에서 주관하는 애니어그램을 찾은 적이 있다. 마지막 특강 시간으로 기억이 된다. “행복"이란 주제였다.


신부님이 갑자기 최희준 님의 "하숙생"이란 가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노래방에서 수없이 불렀던 애창곡이었고, 내가 불렀을 땐 분명 유행가일 뿐이었는데 신부님이 엄숙한 곳에서 불러서인지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행복이 별건가요. 우리 주변에 가까이에 있는데, 볼 줄도, 누릴 줄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서로 비교하면서, 너무 높고 멀리에서만 행복을 찾기 때문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사계절을 볼 수 있는 건강한 눈이 있고, 쌩쌩한 두 다리로 출근해서 일할 직장이 있고, 아침, 저녁으로 반겨주고, 힘을 주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는데도 기쁘고, 행복하지 않은가요?"

  

"행복은 항상 우리 마음속에 있답니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행복해질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일상 하나, 모든 것들이 다 행복이랍니다” 


그날 저녁 돌아오는 길에 품고 다니던 사직서를 찢어 버렸다.


온 세상이 코로나로 멈췄을 때, 마스크 없이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니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주 한잔  기울이던 소소한 일상들이 너무도 그리운 적이 있었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항상 여기, 우리 곁에 있었다.  건강, 가족, 집, 직장, 친구! 소중한 것들이 욕심이란 것에 가려 감사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방학 때 집에 가면, 뚝딱뚝딱 만드신 것 같지만 맛깔스러운 생오징어 무침과 겉절이에, 밥그릇 다 비울 때까지 웃음 띤 얼굴로 지그시 바라보시던 어머님의 사랑"


 "20년을 한결같이 전라도 생김치, 굴젓, 감태무침, 홍어, 낙지, 생육사시미에, 아들처럼 속옷까지 챙겨 주시던 장모님의 사랑"


"30년 이상을 한 직장에서 마음껏 일할 수 있었고, 무탈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항상 에서 소리 없이 함께 해준 아이들과 아내의 사랑"


지나고 보니 그 자리, 그곳, 모든 사람,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감사했다.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 감사하는 삶이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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