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에 의하면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하는데직장인의 80%가 이 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각종 모임마다다참석하고, 만능인인 것처럼 모든 업무를 챙기면서 능력의 한계가 없는 듯이 행동하느라 스스로를 지치게 한 적이 많았다.
아침 일찍 출근하기 바빴고, 각종 회의, 실적과 고객관리로 스트레스도 많았고, 야근과 회식, 거래처 응대로 저녁 늦게 퇴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휴일에도 집안 모임과 애경사로 분주했고, 어쩌다 쉬는 날에는 수시로 카톡이나 문자를 하면서 핸드폰을 끼고 살았다. TV만 하루 종일 볼 때도 많았다. 제대로 된 휴식을 가져 본 적이 드물었다.
어느 때부턴가모든 것들이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었다. 괜히 짜증이 나고, 의욕도 전혀 생기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것이 번아웃(burnout)이라는 것이었다.
어느 날 평일 대낮에 아내와 청국장 집을 찾았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 하려고 광화문 근처를 걸었다. 따사로운 햇살, 활짝 웃고 걷는 사람들,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모두 내 눈 속으로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의 바쁨 속에서 나만의 한가함이 무척이나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행복한 삶을 위해 가끔씩바쁜 일상에서 벗어나는 노력도 필요하다. 나만의 시간, 성찰과 재충전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냥 TV 보고, 잠이나 자는 휴식이 아니라, 일, 애경사. 사람관계도 좀 줄여보고, 한 번쯤 핸드폰도 꺼놓고, 멍도 때려 보는 진정한 쉼말이다.
푹 잠도 자고, 책도 읽고, 글도 써 보고, 하고 싶은 운동이나 여행도 가보는 자신만의 감성지수 (EQ)를 올릴 수 있는 천천히 그리고 깊이! 느린 삶, 쉼 있는 삶이 꼭 필요하다.
나는 쉬고 싶을 때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조그만 텃밭에 간다. 풀을 뽑고, 상추와 고추, 오이 같은 농작물도 키우고, 동네 마실을 다닌다.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듣고, 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돗자리에 누워 멍하니 라디오 소리에도 빠져 든다. 그리고, 소소한 일상들을 사진도 찍고, 글로 옮겨 보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길 위에서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 내 꿈을 꾸며 쉬어도 보고, 넓은 세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도 좋다. 오늘의 작은 발걸음이 내일의 내 삶에 큰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니까.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은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 "인연"에서 언급한 "캐서린 맨스필드 편지"를 다시 꺼내어 읽으며 빙긋이 웃어본다.
"어젯밤은 창을 열어 놓고 잤습니다. 여기의 공기는 과실과도 같습니다. 약보다 낫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책을 읽었습니다. 때로는 엷은 스웨이드 장갑을 끼고 도시에 가서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카페에 앉아서 오래오래 차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인정이 있고, 언제나 배우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