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기쁨(14)

정현종 '방문객'

by 김승희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최근에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평소보다 몇 백배 뛰는 가슴으로 심호흡을 했지만 그래도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정현종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어느 때보다 절절하게 느껴졌고 그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 세상에 있다면 무슨 일이 있을까? 로또에 당첨이 되는 것, 그렇게 원하던 승진을 하는 것, 늘 꿈꾸던 세계여행을 하는 것. 물론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어마어마한 일일 수 있지만, 실로 그것보다 더 어마어마한 일이 있다면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온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이 온다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즉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한 인생을 온전히 맞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가장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결국 만남과 만남의 연속이요. 누군가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결국 인생이 아닐까. 인생의 시작도 만남이요 인생의 끝도 죽음과의 만남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만남을 통해 인생이 보다 따스해지기도 하고 또한 힘들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바라기는 그 인생 가운데 만나는 존재들을 우리가 환대하다면 우리의 인생은 풍요롭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만나는 대상들이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들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보다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이다. 그러기에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관계하고 맺어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나도 그런 존재이고 너도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들의 섬세한 내면을 헤아리고 이해하며 좋은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그러기에 쉽지 않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만남에 있어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 마치 바람이 그 마음의 갈피(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마음의 사이사이를 더듬는 것처럼 그 사람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더 헤아려 본다면 그래서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깊이 그 사람을 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이지 않지만 섬세한 흔들림을 통해 바람의 존재를 알 수 있듯 조그만 그 흔들림을 가늠할 수 있는 바람의 존재처럼 누군가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모두를 환대할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온 많은 이들을 과연 나는 환대했을까?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헤아리며 누군가를 만났을까 생각해 보니 부끄러운 마음뿐이다. 환대했던 존재들 또한 많지만 그 내면을 헤아리기에는 너무나 그 외면을 보지 않았나 현재의 모습에, 지난날의 모습을 보며 외면한 순간들이 많지 않았나 싶다. 그 만남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순간순간을 그냥 그렇게 보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만남이 사라진 시대를 얘기하며 너무나 쉽게 만나고 너무나 쉽게 헤어지는 것이 아닌가 염려한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만남에 대한, 타인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내 옆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 한 사람에 대한 가치를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만남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 않나 돌아봤으면 좋겠다.


최근 모 잡지 중 인터뷰 기사에 나온 문장이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현재 판사로 일하시고 계신 분이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교육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한 명 한 명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에 담긴 애정과 사랑이 느껴졌고, 누군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말이라 감동으로 다가왔다.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인이 말한 어머어마한 일이요 환대가 아닐까 싶다. 오늘 나에게 다가온 누군가를 따스하게 환대하고 싶다. 그리고 만나는 모든 사람을 환대하고 싶다.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험한 세상의 다리를 만들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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