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기쁨(25)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by 김승희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최근에 어떤 자리에서 반가운 분을 만나 짧게 인사를 나눴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길래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얘기를 했더니 “모든 것이 기다림이지”라고 말씀하셨다. “힘드네요” 자연스럽게 그 말이 나왔다. 그랬더니 “힘들지. 기다림은 힘들지” 아주 잠깐 나눈 대화였지만 참으로 길게 마음에 여운이 남았다. 인생은 정말 기다림의 연속이요. 기다림은 무엇보다 힘들기에 살아가는 날들이 힘이 든다. 그래도 기다림의 순간이 있기에, 아직 기다림의 시간이 있기에 뭔가 절망적일 수도 있지만 또한 기다리는 무엇인가 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이 있는 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기다림의 시간은 슬프고 힘든 시간이기는 하지만 또한 삶을 성찰하고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의 시간이다.


기다림에 대한 생각을 한참 하다 보니 기다림에 대한 시들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기다리는 이의 안타까움이 잘 드러난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언제 읽어도 참으로 기다리는 이의 심정을 어쩜 이리도 잘 표현했을까 싶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미리 가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들이 얼마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지 가슴에 킁킁거린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정말 그렇다. 기다린다는 것은 칼로 찌르는 것처럼 쓰리고 아프다. 특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누군가가 기다리는 이라면 너무나 반갑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한 절망감에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는 것 같다. 그런 짧은 순간에 느끼는 기대감, 초조함, 긴장감 속에 문이 닫힌다면 참으로 절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 시가 주는 매력은 기다림 때문에 느끼는 안타까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실함이 얼마나 컸는지 절실함이 화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한다. 바로 기다리는 동안 오지 않는 너를 위해 적극적으로 너에게 간다는 것이다. 아주 먼 데서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위해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 역설적인 말이지만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는 문장을 통해 얼마나 그 기다림이 절실한지. 그 절실함이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만남의 의지가 결국 희망을 주고 있다. 오지 않는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그 열망이 곧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준다. 그 희망이 있기에 오늘도 너를 기다리는 것이고, 기다림의 연속인 힘든 인생을 그래도 살아가는 것 같다.


너라는 존재가 무엇인지는 참으로 다양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존재부터 바라고 꿈꾸는 그 모든 것들이 너라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모두가 꿈꾸는 '너'라는 존재를 우리는 늘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끝에 과연 어떤 결과가 있을지 잘 모르지만 기다리는 순간에 마냥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기다림의 순간을 인내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면 좋겠다.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며 더 나은 것을 맞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결코 쉽지는 않지만 세상에 그 어떤 쉬운 것이 있겠는가. 쉽지 않기에 도전하는 것이고, 비록 절망의 순간이 있을지라도 또한 도전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도전의 시간으로 삼고 더욱 높이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혹시나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면 그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며 꿈꾸며 도전하기를 바란다.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만큼 희망의 빛이 어느 순간 찾아오지 않을까?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힘차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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