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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기 Oct 22. 2023

매일 명상을 합니다 1

  아마도 여러분은 명상이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은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명상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지요. 사전을 보면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라고 명상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의는 어딘가 추상적입니다. 

  사실 명상을 몇 마디 말로 설명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명상은 큰 범주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운동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마음을 단련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명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명상이라는 단어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이긴 한 것 같습니다. 어느 단체는 명상이라는 말을 ‘마음 닦기’라는 말로 대체해서 사용하던데요. 명상의 본 뜻을 이해하기에는 ‘마음 닦기’라는 말이 조금 더 직관적이긴 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명상을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라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고, 여러 상황과 조건이 자꾸만 나쁜 것을 제게 주는 것처럼 여겨졌을 때, 명상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명상을 배웠던 것 또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2016년에 학위논문을 마치고 취업한 이후에, 얼마 못가 그만두고 저는 명상을 배우러 갔습니다. 제가 명상을 배우러 간 곳은 진안에 있는 ‘담마 코리아’라는 곳입니다. ‘담마 코리아’에서는 위빳사나를 수행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그곳에서 열리는 위빳사나 코스를 통해 위빳사나를 배울 수 있는데요. 위빳사나 코스는 10일 간 진행되며, 코스가 열리는 10일 동안에는 그곳의 규율을 따라야만 합니다. 휴대전화를 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읽거나 쓰는 일도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더욱이 열흘 동안에 말을 하면 안 되었습니다. 물론, 최소한의 필요한 말은 허용되었지만, 그밖의 잡담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열흘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로, 위빳사나 명상을 배우기 위해 그곳의 규율을 따라야만 했습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위빳사나 명상은 몸 안에 일어나는 호흡과 감각을 관찰합니다. 코로 오가는 숨을 관찰하고, 몸 안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수많은 감각들을 관찰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몸 안에 오가는 숨과 감각이 매 순간 변한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이해하게 됩니다. 

  감각을 관찰할 때, 가장 쉽게 감각되는 건 통증입니다. 한 시간 정도 양반다리를 하거나, 양가부좌 혹은 반가부좌를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리고 아픕니다.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감각은 그 순간일 뿐입니다. 고통스러운 감각이 영원히 저를 괴롭히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지금 이 순간 나를 고통스럽게 하더라도, 통증은 그 순간에만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가끔은 몸에서 알 수 없는 기분 좋은 감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것 또한 한 순간에 나타나고, 다른 순간에 사라져버립니다. 그렇게 모든 감각이 단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마는 한 순간의 것이라는 사실을 몸과 마음 깊은 곳에서 이해하게 됩니다. 

  호흡을 관찰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코를 오가는 호흡의 형태가 매순간 달라집니다. 어떤 때는 호흡이 짧고, 어떤 때는 호흡이 깁니다. 어떤 때는 오른쪽 콧구멍으로 숨이 들어오고, 어떤 때는 왼쪽 콧구멍으로 숨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의 숨을 느끼다보면, 숨을 쉬는 일 조차도 항상 동일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숨을 쉬는 일도 매순간 변하는 순간의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위빳사나 명상은 호흡이나 몸의 감각에 “반응하는 대신, ‘이것 또한 변화한다’라는 이해를 가지고 평정심으로 단지 관찰”합니다. 평정심을 가지고 호흡과 감각을 관찰하면서, 매순간이 단지 변화하는 것임을 몸과 마음 깊은 곳으로 알게 됩니다. 그런 식으로 개별적인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 순간에 제가 마주한 현재에 보다 집중하게 됩니다. 

  


이렇게 길러진 평정심은 삶의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일 때에도, 어느 정도 평정심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나, 가까운 이가 하늘나라에 갔을 때, 혹은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이 크게 흔들렸을 때,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을 평정심으로 대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과 조건에 놓여 있든, 그것 또한 변한다는 이해를 가지고 평정심을 가지고 대할 수 있었습니다.

  삶의 순간에 무엇을 만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때로는 좋은 순간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좋지 않은 순간을 만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떤 순간을 만나더라도, 그 순간은 지나가고, 변합니다. 한 순간이 오고, 한 순간이 갑니다. 그뿐입니다. 

  언제나 마음을 열고, 지금 마주하는 모든 순간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순간이면 좋은 순간인대로, 좋지 않은 순간이면 좋지 않은 순간대로 말이죠. 어차피 모든 순간은 지나가기 때문에, 좋지 않은 순간에 있다고 나쁘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좋은 순간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죠. 

  모든 순간을 다만 변화하는 순간으로서 바라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마음의 요동침이 조금은 줄어들게 됩니다. 지금 내게 나쁜 일이 있어도, 그 순간은 변할 것이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지금 내게 좋은 일이 있어도, 그 순간 역시 변할 것이기에 마음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마음의 흔들림으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롭게 됩니다. 

  저는 2016년에 처음 10일 간의 코스를 마친 후, 매일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3시간 정도 명상을 했습니다. 어떤 때는 명상이 잘 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명상이 잘 되지 않고 힘들기만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명상을 하는 습관을 들여왔습니다. 그것이 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제 안에서는 여러 가지 산란한 마음들이 올라오고는 합니다. 마음은 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죠. 그래도 마음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예전보다는 마음에 덜 휘둘리는 것 같습니다. 그거면 충분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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