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 위에 앉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습니다. 명상을 하기 위해 방석 위에 앉고, 눈을 감는 행위가 매번 동일한 것이라고 인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매일 명상을 하지만 명상을 하면서 겪는 경험은 매번 다릅니다.
명상의 중요한 대상 중 하나는 호흡입니다.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을 의식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명상 방법입니다. 꾸준히 명상을 수행하다보면, 명상을 할 때이든 그렇지 않을 때이든 코를 오가는 들숨과 날숨을 쉽게 의식하게 됩니다. 코를 오고 가는 숨을 느끼다보면 분명하게 감각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이 매번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코를 오가는 숨은 매번 똑같은 숨인 것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코로 들어오는 모든 숨과 코로 나가는 모든 숨이 매 순간 조금씩 달라집니다. 호흡의 속도나 길이가 매 순간 변합니다. 어떤 때는 호흡이 빠르고 어떤 때는 호흡이 느립니다.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이 짧을 때도 있고,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이 길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그때그때 변하는 숨을 느끼다보면, 모든 순간들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모든 순간들이 매 순간 변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일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내게 주어진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 모든 순간들이 매 순간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지금의 좋지 않은 상황을 조금은 쉽게 털어낼 수 있게 되더군요.
누구나 삶을 살다보면 삶이 너무너무 지긋지긋한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살고 싶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말이지요. 그런 순간들에는 지금의 이 고통이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다고 믿어집니다. 하루하루의 일상에 매몰되어 지금의 상황이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되지요. 매일의 고통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상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 역시 결국에는 변합니다. 코를 오가는 숨이 매 순간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저는 여러 해 동안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많은 시간을 빈곤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돈이 없으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소극적이었습니다.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집에만 있으니 머릿속으로 좋지 않은 생각들이 떠돌아 다녔습니다. 우울감이나 절망감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제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그것들은 시시때때로 저를 잡아먹으면서 저를 불행하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 순간이면 제 코를 오가는 숨을 의식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코를 오가는 숨을 감각하면서 매 순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했습니다. 어제와 오늘은 다르고 오늘과 내일은 다르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순간이라 하더라도, 그것 또한 변하고 지나갈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매순간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 깊은 곳에서 이해하게 되면,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설혹 지금 이 순간이 고통스러운 순간이라 하더라도, 이 순간은 한 번 왔다가 지나가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그러니 현재의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현재를 살아내는 일 뿐입니다. 현재를 현재로서 받아들이고, 현재에 집중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만 마음을 씁니다. 지금 이 순간에 만나는 것들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만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이 순간에 만나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입니다. 일기일회一期一會, 지금 이 만남은 일생에 단 한 번 뿐입니다. 그러니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울감이나 절망감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