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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선 26화

혼자서 밥집에 간다

by 한현수

혼자서 밥집에 간다

길가 외딴섬처럼 후미진 집

나무처럼 앉아 유리창을 대면하러 간다

밥 한술 입에 떠 넣고 창밖을 보고

혼자 있어 얼굴빛이 환한 나무와 눈 맞추러 간다

조미료 안 쓰는 집 찾다가 열받아 차린 집,

이란 푯말이 있는 집, 주인의 그 외로운 내공을

받아먹으러 간다 주인이 젊어서 다행이야

이 집 오래 지켜줄 것 같아 키득키득

고맙다는 목인사와 함께

메뉴판은 보지 않고 순두부찌개만 주문하러 간다

물렁한 두부살의 근력이 받들고 있는

달빛 동그랗게 옹그려 놓은 달걀을 상상하며

키득키득 혼자서 간다

바닷속 수압을 견디는 물고기처럼

유유하게 입질하는 느긋한 허기를 만나러 간다

혼자라는 이유가 어색하지 않은 집,

내가 내 안으로 돌아오는 서정의 자리

어느 들판 어느 바다에서

건너왔는지 모르는 풍경을 구경하러 간다




시집 <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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