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시집올 때 데리고 와서 삽 십 년을 함께 지내 온 그를
고심 끝에 사다리차로 끌어내렸다
어디 갈 데가 있겠지, 되돌아 나오는데
그가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방이 이리 컸던가?
큰아들보다 한 살 많은 그를 따라 집을 나간 것 같은 방,
우리의 말소리는 물러지고 내려앉을 곳 없이
그가 있던 빈자리를 맴돌기만 한다
가만있어도 귀가 먹먹해진다
옷만 받아준 게 아니었구나
이불을 끌어안고만 있던 게 아니었구나
그가 대화를 듣고 있었구나
말머리가 겉돌지 않게 집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귀청에 넉넉하게 건네줄 만큼만 말의 찌꺼기를 걸러주었구나
밤늦도록 집에서 부러진 문고리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시집 <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