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년만의 폭설이라지
완주 모악산이 가라앉고 있는데
산장 창문을 기웃기웃 두드리는 목련 꽃눈
아직 봄은 멀기만 한데
꽃 피우는 것도 아니면서
액자 모양의 창문 풍광이 아침을 깨운다
왔냐!
와병 중이신 어머니 의식 놓기 전
내게 한 마지막 말처럼
구들장에서 올라오는 온기 같기도 한
왔냐, 그건
고향집 굴뚝의 배고픈 연기 같은 말
가슴 한편 톡톡 튀는 어릴 적 물수제비처럼
내겐 지워지지 않는 길고 긴 말이지
오래 기다리면서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마지막 그 시간, 올 것 같아
금세 눈발 그치지 않으면
다시 일어나지 않을 듯한 모악산 자락
목련 꽃눈 속살거리듯
왔냐, 꽃 피우는 것도 아니면서
갈수록 가슴 아리게 하는 말
눈송이 몇 글썽글썽 유리창에 녹아내리는데
아직도 창 밖엔 짧지만 긴 인사, 왔냐
그건 눈길에 찍힌 첫 발자국 같은 말이지
어머니의 오래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