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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선 14화

모과꽃

by 한현수

모과꽃이 피는데

입 안에 침이 돈다


머리맡에 모과가 놓인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난다

입맛 잃은 어머니는 말없이 웃고

모과꽃처럼 웃고


아들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모과나무 아래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나비가 모과꽃 밖으로 날아간다


모과꽃을 보며 아들은 자꾸만 입 안에 침이 돌고

아들은 하고 싶었던 말을 놓친다


모과꽃잎 벌어지는 것보다 어머니의 발걸음이 더디다

걸을수록 어머니는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표정이 기울어지고

언어가 기울어지고


어머니는 웃는다

모과꽃처럼 웃는다


어머니는 모과나무를 닮아가고

모과꽃은 웃고

아들은 하고 싶었던 말을 놓친다


모과꽃잎 떨어진다




시집 <사과꽃이 온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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