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사랑의 계절
행복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하루를 보냈다. 어떤 하루보다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며 봄을 만끽했다. 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사람이 없다 보니 나의 하루는 아주 평화롭게 흘러갔고, 아주 평화롭게 흘러가는 하루는 괜한 감정 소모를 하지 않게 만들었다. 감정 소모를 하지 않으니 하루가 온전하게 보였고, 그렇게 오늘의 계절감을 만끽했다.
사계절을 느끼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마주한 날씨를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해가 뜨면 해가 뜬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온대로, 그날의 날씨를 느낀다. 문득 오늘은 봄의 끝이 다가옴을 느꼈다. 사람들은 하나 둘 반팔을 꺼내 입기 시작했고, 아주 얇은 겉옷을 입고 있던 나도 겉옷을 벗을 정도로 날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오늘 날씨는 선선하고 바람은 솔솔 불어서 아직은 봄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봄을 마무리해보기로 했다. 곧 언제 봄이 왔는지도 모르게 파릇파릇한 새싹은 녹색으로 변해 나무는 우거질 것이고, 조금만 걸어도 더운 날이 어느새 다가와 있을 것이기에 봄이 지나가기 전에 미리 봄을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내가 마주했던 아주 따뜻했던 봄의 끝을.
봄의 마무리는 '서산'이었다. 벚꽃도, 수선화도 아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남은 건 장미 그리고 '겹벚꽃'. 벚꽃을 본 적은 있어도 겹벚꽃은 본 적이 없었다. 아마 본 적이 있었는데도 본지 몰랐을 게 분명하다.
개심사에서 유명한 '청벚꽃' 개심사를 처음 알게 되었고, 청벚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세상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하루를 지나치기에는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다. 평일이었는데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들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오늘 마주한 기적은 대단한 게 아니다.
꽃이 피는 것, 꽃이 피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봤다는 것, 아이가 "안녕히 계세요"라고 너무 순진한 얼굴로 인사해주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아주 작은 배려 같은 것이다. 그게 뭐 기적이라고 묻고 싶겠지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면 내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던 순간을 기억하고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니까.
잘 잘 수 있는 날이 많아지는 것도 기적 중에 하나다. 푹 자고 싶었던 어제는 잘 자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꿈을 덜 꾸고 잘 자는 날이 더 많아지고 있다. 여러 가지 기적들이 가득했던 봄을 정리한다.
안녕, 봄. 빠빠이.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봄 : 사랑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